[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23일 포털 다음 운용 정책에 있어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지난 10월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다음과 카카오톡 #탭에서 제공하고 있는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하고 서제스트 기능을 개편하는 한편,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내년 2월 중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포털 다음을 운용하고 있는 카카오의 행보에 집중하는 한편, 결정적인 시사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다음의 정책이 크게 변한다. 출처=카카오

#공공적 관점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뉴스 댓글 개편이라는 카드를 발표한 바 있다. 두 대표는 “연예 섹션의 댓글을 폐지하고 인물 키워드에 대한 검색어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예 섹션 뉴스 댓글란에서 벌어지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 고 설리(최진리) 씨의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어나던 때였다. 경쟁사 네이버의 경우 드루킹 사태를 기점으로 정치 섹션의 댓글을 폐지한 상태며, 그 연장선에서 카카오는 다음의 연예 섹션 댓글을 없애는 강력한 조치에 나선 셈이다.

댓글 정책은 비단 연예 섹션 댓글 폐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는 기술적으로 댓글 알고리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격모독성 등의 표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법적인 조치도 염두에 둔다는 뜻이다. 결국 온라인 플랫폼의 공공성을 살리자는 취지다.

한편 카카오는 다음 연예 세션 댓글 폐지에 이어 실시간 이슈 검색어도 개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23일 발표가 나오며 결국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카카오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폐지를 두고 “재난이나 속보 등 국민들이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과 사회 현상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하는 서비스”라면서도 “최근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그 순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며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카카오의 철학과 맞지 않기에 이를 종료하고, 본연의 취지와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2월 실시간 이슈 검색어 폐지에 맞춰 서비스 본래 목적에 충실하고 부작용을 막기 위한 뉴스 및 검색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공공적 관점에서 내린 조치라는 평가다.

사실 연예 세션 댓글 폐지에 이어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포기하는 것은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당장 트래픽이 줄어들며 포털의 생명력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연예 세션 댓글창이 본연의 뜻과 달리 일부 악플러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고, 역시 실시간 이슈 검색어도 플랫폼의 광고 마케팅으로 전락해버린 상태에서,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판단을 두고 공공적 가치에 입각한 전격적인 결단이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 #탭에서 제공하고 있는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하는 한편 서제스트 기능을 개편하는 장면도 비슷한 연장선에 있다. 특히 카카오는 후자의 경우 인물과 결합되면서 개인의 인격 및 사생활 침해,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관련 검색어와 서제스트가 이용자들의 반복적인 검색을 유도해 자체 재생산 됨으로써 개인에 대한 잊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현재 카카오톡에서 인물을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서제스트에는 대상 인물의 공식 프로필이나 정보성 키워드만 나타난다. 다음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돼 있는 인물이 대상이며 데이터베이스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돼 있지 않은 인물에 대한 관련 검색어가 발생하면 다음에서 운영중인 고객센터를 통해 삭제를 신청할 수 있다.

▲ 카카오가 지난 10월 포털 다음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데이터 확보의 정교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 나아가 조직 운영을 통해 자사의 비전이 빅데이터에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카카오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는 오히려 데이터 확보와 거리가 있어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다만 카카오의 이러한 행보는 데이터 확보 및 운용에 있어 ‘다소 먼 거리를 돌아가더라도’ 정도를 걷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정교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서제스트 개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부 방향성이 엿보일 전망이다.

▲ 카카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카카오

#탈 포털 극대화?

네이버의 경우 실시간 검색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포털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스몰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공공적 측면의 상생 전략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나 포털을 핵심 인프라로 삼아 데이터를 모아 제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실시간 검색어는 생태계 객체의 강력한 유인효과가 된다.

반면 카카오는 포털 다음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아고라를 통해 광장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 때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했으나 이제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오히려 카카오톡을 무기로 삼는 플랫폼 파편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구사하는 중이다. 10월 기준 네이버의 포털사이트 점유율은 66.38%에 달하지만 다음 포털은 약 6%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카카오의 최근 포털 다음 전략 수정은 큰 틀에서 핵심 먹거리를 더 확실하게 노리겠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