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초저온전자현미경으로 암을 유발하는 인자의 구조를 규명했다. 중앙대학교의료원이 4기 암도 유전자 맞춤표적치료 및 면역치료로 생존율을 높이는 치료법을 소개했다. 카이스트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동 연구진이 인공피부모델에 직접 부착할 수 있는 방안을 확인했다.

한국 연구진, 암유발인자 구조 밝혀내

23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송지준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연구진과 이자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진은 암세포에서 많이 생성되고 암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한 사람이 보유한 DNA 사슬을 모두 풀어 연결하면 명왕성까지 닿을 정도로 매우 길다. 이는 실패에 감긴 실처럼 히스톤이라 불리는 단백질을 중심으로 압축되어 작은 세포의 핵 속에 들어있다. 히스톤은 DNA와 결합해 응축된 유전체 구조를 만들고, DNA의 활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DNA 사슬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히스톤이 뭉치거나 DNA 사슬이 엉기게 되면 유전정보의 손실이나 무분별한 유전자 발현 등이 발생하여 발생학적 질환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단백질이 히스톤 샤페론이다. 연구진은 첨단장비를 이용해 히스톤 샤페론 중 하나인 ATAD2의 분자구조와 작용 기전을 밝혀냈다.

ATAD2는 여러 암세포에서 많이 발견되고 ATAD2가 높게 발현된 종양은 악성이 높고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아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으나, 구조나 기능에 대한 기초 정보는 거의 알려진 바 없었다.

▲ 초저온 전자 현미경으로 풀이한 ATAD2의 세 가지 구조. 각각의 색깔은 다른 에너지 상태를 나타내며, 고리 구조에서 나선형 구조로의 변화를 보였다(왼쪽). 단분자 형광 이미징을 통해 ATAD2가 DNA(초록색)에 히스톤(붉은색) 분자를 결합시켜주는 과정이 확인됐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은 먼저 단백질과 같은 생체분자를 자연적인 상태대로 볼 수 있는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ATAD2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또 생체분자의 표면을 그려내는 고속원자힘현미경(AFM)을 이용해 ATAD2의 구조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ATAD2가 ATP를 ADP로 분해하며 생성되는 에너지를 이용해 나선형(spiral) 구조에서 고리(planar ring) 구조로 변형 되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또 고리 구조 중앙에 히스톤이 결합하며, 이 결합이 ATAD2가 히스톤을 DNA에 전달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송지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등 첨단 생물리학적 기법을 통해 암 등의 질환과 관련된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의 구조와 작용기전을 밝힌 것”이라면서 “해당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후보물질의 발굴을 가속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2월 17일자에 논문명 ‘Structural Basis of Nucleosome Assembly by the Abo1 AAA+ ATPase Histone Chaperone’으로 게재됐다.

4기암 유전자 맞춤표적치료 및 면역치료로 생존율 높여

대개 4기 말기암 특히 췌장암이라고 하면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 항암치료법의 발전으로 인해 암이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된 3, 4기 췌장암 환자의 극복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암 치료는 수술과 일반적인 항암 및 방사선치료에 그치지 않고 정밀의학에 바탕을 둔 개인별 맞춤치료를 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장정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치료의 변화와 방향성은 면역치료와 정밀의료 및 개인맞춤치료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같은 암이라고 할지라도 환자마다 암과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 상태가 각각 다르고 장기 및 환자전신상태 등도 다르므로 개인별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의 일반적인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치료로 나뉘었지만 최근 항암치료의 트렌드는 암 관련 유전자들의 변이를 살펴서 치료에 반영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방향으로 개인맞춤치료가 나타나고 있다. 개인맞춤치료에 대한 수단으로는 암 관련 표적 효소에 대한 표적치료(target therapy) 및 면역관문억제제를 주로 사용하는 면역치료가 있다.

정밀의료를 이용한 개인맞춤형 표적치료방법은 전이성 암환자들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황인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아직은 대부분의 위암환자에서는 같은 종류의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현재 일부 환자에서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맞춤형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이런 맞춤형 항암치료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면역치료와 개인별 맞춤치료에 의해 항암치료의 효과가 더욱 향상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은 암 치료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최근에는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이 개발됐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들을 한꺼번에 조사할 수 있어 기존에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유전자 분석법에 비해 좀 더 효율적으로 암 표적치료제를 선택해 치료에 활용함으로써 개인별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김희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기존에 일반적인 유방암과 난소암의 항암화학요법은 치료제를 선택할 때 환자 개별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유사한 암종에 시험해보고 경험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NGS 기반 맞춤 정밀의료는 기존 치료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NGS 검사를 바탕으로 적절한 유전자 표적치료를 시행하게 됨으로써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제품. 출처=MSD

‘면역치료(면역관문억제제)’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원래 존재하는 면역세포의 면역력을 높여서 면역세포가 암을 죽이게 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2015년 91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전이를 동반한 말기 흑색종을 앓고 있었는데 면역항암치료로 완치해 치료법에 대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인체에는 암 세포를 포함한 이종물질을 공격해 죽이는 T면역세포가 있는데 체내에는 과도한 면역력에 따른 자기 세포공격을 막기 위해 면역세포의 인지능력을 감소시키는 시스템인 면역관문이 있다. 이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암 조직의 성장을 막지 못하게 된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면역세포의 암세포 인식 능력을 증가시켜서 면역세포가 암세포 공격을 활성화시킨다.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인공면역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제로다. 이는 면역체크포인트억제제(CTLA4 억제제, PD-1 억제제, PD-L1 억제제), 면역세포치료제, 면역바이러스치료제 등이 있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황인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 PD-1 억제제는 악성 흑색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들에서도 좋은 임상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비소세포폐암과 신장암을 비롯해 호지킨림프종, 두경부 편평세포암, 요로상피세포암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들 면역관문억제제들은 세포독성 항암제 또는 방사선치료 등과의 병합요법을 통하여 치료효과의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러한 면역항암제들이 암 표준치료 중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있어 암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부‧종이‧옷감 등에 붙이는 OLED로 피부 콜라겐 합성

한국연구재단은 카이스트 최경철 교수 연구진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박경찬 교수 연구진이 소재나 형태에 부관하게 다양한 표면에 부착할 수 있는 프리폼 OLED를 개발하고 인공피부모델과 동물모델에 직접 부착할 수 있는 콜라겐을 합성, 피부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리폼 OLED는 특정 소재와 형태에 제한없이 만들 수 있는 OLED로 얇고 유연한 디스플레이로 제작할 수 있다.

연구진 성과는 주로 디스플레이나 조명으로 응용되던 플렉서블 OLED를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로 응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빛이 체내 생화학 반응을 촉진시키는 원리를 이용하는 비외과적 접근인 광치료(photomedicine)는 상처치유, 주름개선 등 피부개선 및 피부미용 측면에서 특히 많이 주목받는다. 주로 활용되는 점광원의 LED와 레이저 기기는 빛을 균일하게 조사하기 어렵고, 발열문제가 있어 피부 밀착에 한계를 보이며 병원 등에서 주로 설치형 광원으로 광치료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부착할 수 있는 4.8마이크로미터(㎛)의 박막 층 사이에 OLED를 넣는 샌드위치 구조의 면광원을 디자인하여 소재와 형태의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프리폼 OLED를 제작했다. 프리폼 OLED는 두께 10마이크로미터(㎛)로 아주 얇아 피부, 옷, 종이, 과일 등 다양한 소재는 물론 원통형 같은 다양한 형태의 표면에 부착하는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 다양한 프리폼 OLED 구현(왼쪽) 및 사람의 인공피부모델에서 피부 재생 효과. 출처=한국연구재단

설명에 따르면 프리폼 OLED는 옷감에 적용된 프리폼 OLED는 350마이크로미터(㎛) 굴곡의 1000회 반복된  접힘(folding)에도 정상적으로 구동했으며 물세탁 후에도 구동 수명이 100시간을 넘어 옷과 모자와 같은 일상생활 소재와 접목해도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함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쥐의 피부상처에 프리폼 OLED를 부착해 빛을 쬐어주고 8일 후 상처치유를 돕는 각질형성세포의 재생(21%) 및 피부영역확장(15%) 등의 효과를 관찰했다. 연구진 관계자는 “3D 인공피부모델을 통해 확인한 표피두께 향상(39%)과 콜라겐 생성 증진 등의 피부재생 효과가 실제 동물모델에서 재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 관계자는 “지난해 개발한 상처치유에 효과적인 ‘OLED 반창고’를 토대로 옷이나 피부 형태의 패치와 같이 소재와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웨어러블 형태로 응용하도록 개발했다”면서 “인공피부와 동물모델까지 확대해 콜라겐 합성 및 피부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자매지 ‘빛 : 과학과 응용(Light: Science & Applications)’ 12월 9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