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11년간 끌어왔던 금융감독원의 키코 분쟁조정안이 이달 발표됐지만 대응방식을 놓고 은행, 금융당국, 공대위(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간 의견이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법적으로 이미 소멸시효가 완료됐다고 주장. 배상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 반면 피해기업을 회원사로 둔 키코공대위 측은 민사책임은 내년 초까지 남았고 형사소송은 3년가량 남은 만큼 향후 추가적으로 금융위원회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 출처=금감원

◇ 금감원, 이번 조정안 ‘마지막 구제수단’ 강조

이달 13일 금감원은 11년만에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한 은행의 배상비율을 결정하면서 대법원 판례(2013년 9월 26일)에 따른 조정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담당한 정성웅 부원장보는 1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된 판단기준에 따라 은행의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 법리 검토 등 조정절차를 진행했고 이번 조정이 마지막 구제수단인점을 고려했다”면서 “이를 위해 은행과 피해기업의 간극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키코 공대위 외에도 국회와 금융위 금융행정 혁신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피해구제를 요구해오면서 지난해 5월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해 안내했다. 이후 1년만에 금감원은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한 은행의 배상을 결정했다. 은행의 배상이 결정된 기업은 다음과 같다.

금감원은 키코 계약으로 손해를 본 700개의 피해기업들 중에 소송을 안한 기업을 우선 선별했고, 2차적으로 소송안한 기업중에서 오버헤지에 해당한 기업만 추려낸 결과 147개가 선별됐다.

금감원 측은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서만 불완전판매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했고 이를 통해 4개기업이 지난해 7월 분쟁조정을 신청해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외환 파생상품을 판매한 6개은행은 키코 피해기업인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4곳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4개 업체 외 분쟁조정을 기다리는 곳은 147곳에 이른다. 금감원은 이들 기업에 대해서 이번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을 의뢰해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 출처=금감원

이에 따라 은행권은 최근 피해보상을 위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을 배상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해외금리연계 DLF사태와 달리 키코 피해기업들은 일반 금융소비자보다 외환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환율 변동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 키코 공대위 “소멸시효 아직안끝났어”…피해기업 ‘부실채권’ 소각 요구할 것

금감원의 이번 피해기업 구제수단을 놓고 키코 공대위 측은 “분쟁조정 대상 4개 기업 외 147개 기업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과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라면서 “키코 공대위는 피해기업을 대리해 은행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금융당국에 여러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키코 공대위는 이달 26일 피해기업인들과 총회를 열고 금감원 분조위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진행되는 회의 내용은 △분쟁 조정안에 대한 대응과 피해 당사자 배상금 수령 △은행보유 보증채권 소각 △피해기업과 기업인의 신용회복 등이다.

특히 키코공대위는 피해기업들의 보증채권 소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와 기업구조조정업체 유암코, 캠코 등의 협조가 요구되는 만큼 분쟁과 관련된 조정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이번 분쟁조정 대상에 해당하는 일성하이스코의 경우 구조조정으로 유암코가 지분을 90%이상 장악하고 있다”면서 “일성하이스코는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따라 141억원의 배상을 받더라도 부실채권 소각이 안되면 상환해야할 자금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버헤지가 발생해 키코 결제액이 실제 수출대가를 초과한 기업은 부실채권 때문에 구조조정에 들어가 폐업되거나 회생절차를 거쳐 겨우 업을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고 공대위 측은 설명했다. 공대위는 부실채권 소각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을 지속적으로 말할 예정이다.

한편 시민단체 등은 이번 키코 분쟁조정안과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대순 약탈경제반대 대표 변호사는 “해당 상품이 나올 당시 기업의 경우 주거래은행에서 해당상품을 들어달라고 할 경우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라면서 “키코라는 상품은 도박성이 있지만 기업들은 당시 대부분 환헤지로 가입했기 때문에 피해기업들이 재기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