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메리츠종금증권이 이달 2000억원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사모채 시장에서 4.8%에 발행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창사 이후 첫 영구채 발행이다.

이번 자본확충의 목적은 건전성 지표인 NCR(영업용순자본비율)개선차원 때문이다. 메리츠종금 측은 "2000억원 영구채를 발행하면 구 NCR이 10%포인트 가량 상승하게 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현재 재무건전성 평가 잣대로 여전히 구NCR을 적용하고 있다. 올 9월말 메리츠종금의 구NCR은 155.3%수준이다. 이번 자본확충으로 165.3%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종금은 그동안 단기 상환목적 자금은 사모채(기업어음·단기사채) 시장에서 저리로 조달하고 상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했고, 장기사채의 경우 공모채 시장에서 후순위채 방식으로 발행했왔다. 이달 메리츠종금이 사모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영구채로 형태로 발행해 주목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투자협회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모·사모시장에서 1조25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자본확충 규모도 늘어나고 발행금리도 상승했다. 올해 메리츠종금이 자금조달한 금액은 7200억원으로 지난해 5300억원 대비 36%늘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단기차입금을 중장기 차입금으로 전환하거나 후순위채 상환을 위해 발행해왔지만 올해는 자본건전성 대비차원에서 발행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대해 2021년 7월까지 부동산PF대출과 채무보증을 합한 금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증권사가 가진 자금보다 100%넘어서 채무 보증을지지 말라는 뜻이다. 당국의 규제는 향후 부동산 경기악화에 대비해 사전에 재무 위험성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메리츠종금의 부동산채무보증액 비율은 140%로 증권사 중에서 가장 높다. 

메리츠종금은 그동안 부동산PF채무보증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로 부동산 채무보증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늘려 자본건전성을 더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종금의 경우부동산PF를 주력해왔기 때문에 규제 도입에 앞서 자본확충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 출처=금융감독원전자공시

메리츠종금은 장기 자금조달을 그동안 공모시장에서 조달해왔지만 이달에는 사모시장에서 조달해 주목된다. 사모채 시장에서 자본확충할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어 발행절차는 간편하지만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와 특정 인수자가 일정조건으로 체결해 발행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달 메리츠종금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연 4.8%의 금리로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보완자본 성격으로 이자비용이 배당형태로 차감되기 때문에 메리츠종금은 내년부터 기말 배당금과 함께 이익잉여금에서 신종자본증권의 배당금도 같이 차감된다. 메리츠종금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규모가 3조8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초대형IB의 자기자본 최소요건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은 산입되지 않는다.

메리츠종금 측은 "이익잉여금 증가수준으로 볼때 내년 중순쯤 초대형IB요건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종금은 자기자본이 초대형IB 요건에 도달하더라도 초대형IB의 업무를 당장 따라가지 않고 그동안 주력해왔던 부동산PF와 대체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은 부동산PF를 오랜기간 진행해온 만큼 부동산PF에 대한 리스크 심사가 표준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메리츠종금을 비롯해 증권사들이 우량물건을 중심으로 부동산PF대출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당국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PF규제를 강화하면 민간아파트 등에 재개발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