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비아그라와 시알리스가 독점해왔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국내업체들이 뛰어들어 선전하고 있다. 사진은 SK케미칼의 엠빅스S(왼쪽)와 JW중외제약의 제피드.


그동안 이 시장 만큼은 외국이 독점해왔다. 조금은 낯뜨겁게 느껴졌던 이 시장의 규모는 벌써 2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다. 바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다. 비아그라로 통했던 이 시장에 국내업체들도 속속 합류하면서 독점구도도 재편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깨지게 된 배경은 바로 국내업체들의 맹추격이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됐다는데 있다.

최근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998년 출시이후 13년동안 ‘왕좌’를 지켜온 화이자의 ‘비아그라’ 독점에 이상신호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로 국내시장에서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그동안 우뚝 서왔다. 연간 판매액이 4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 뿐 아니라 릴리의 시알리스도 국내시장 점유율이 33%나 된다. 이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시장을 거의 장악해왔다. 동아제약은 ‘자이데나’를 내놓고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자리굳히기에는 성공했다. 자이데나는 인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을 21%까지 끌어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연간 약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매년 10~20%가까이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IMS의 자료에 따르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불법유통시장까지 포함하면 3000억원 이상의 시장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중인 발기부전치료제는 화이자 ‘비아그라’, 한국릴리 ‘시알리스’, 동아제약 ‘자이데나’가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JW중외제약이 빠른 효능과 지속시간을 앞세운 ‘제피드’를 출시했다.

특히 최근에는 SK케미칼이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새로운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눈길을 끈다. 세계 최초로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S’를 내놓고 시장 재편에 동참 중이다.

국내 제품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국제발기력지수(IIEF EF Domain)에서도 국내 제품의 평가는 매우 좋은 편이다. IIEF란 발기부전 환자의 증상 정도와 치료제 복용 후 효과를 판별하기 위해 발기 능력 및 성관계 만족도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점수화한 지표다. 그 중 발기능력 영역(EF)를 ‘IIEF EF Domain’이라고 표현한다. 화이자가 비아그라를 개발할 때 만들어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표현이다.

최근 조사 결과 엠빅스S는 25.7점으로 6개 제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자이데나는 24.19점, 제피드는 22점이었고 특히 비아그라(22.1점), 시알리스(20.6점), 레비트라(21.4점)를 가뿐히 넘어뜨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녹여먹는 필름형 등장에 경쟁사들 긴장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도 다양한 모습으로 출시되고 있다. 씹어먹는 츄정을 비롯해 물에 타먹는 과립형, 입에 녹여먹는 필름형 등으로 다채로와져 치료제의 변신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SK케미칼은 최근 녹여먹는 필름형인 ‘엠빅스S’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며 이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엠빅스S는 출시 50일만에 월 30억원의 매출을 돌파해 이 시장에서 새로운 신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엠빅스S는 수용성 부형제를 사용한 신제형으로 물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약물흡수율(AUC)을 기존 보다 16.7% 개선시킨 점도 이채롭다.
특히 일반 정제와 달리 필름형 구강붕해 제형(ODF)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한층 더 높였다.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개념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병원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PSI 어비뉴기과 어홍선 원장은 “발기부전환자 10명 중 4명은 치료제 복용의 불편함과 자연스러운 성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엠빅스S 처럼 휴대성과 복용이 편리하다면 환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엠빅스S는 1매 5000원으로 기존 외국계 회사들의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지속효과·부작용 최소화가 승부 포인트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 관건은 '지속시간'이다. 엠빅스S는 복용후 6시간 지속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지속시간 측면에서 기존 비아그라 등 약품과 똑같은 효능을 발휘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실제 평가지수(GEAQ)에 따르면 4주간 연구치료 결과, 발기능력이 가장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엠빅스S 복용자 89%가 효과를 거둘 정도로 효능이 컸다는 얘기다.

JW중외제약의 제피드는 빠르고 안정적인 효과를 토대로 시장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제피드는 국내 14개 종합병원에서 208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복용 환자의 발기효과가 불과 15분만에 나타났다. 15분만에 약효가 나타나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제피드’가 처음이라는 것이 제약사측의 설명이다. 또 안명홍조와 두통 등 부작용 발현율이 낮다는 점도 이 제약사가 내세운 특징 중 하나다.

제피드의 3상 임상시험을 총괄한 전북대의대 박종관 교수는 “제피드는 속효성과 안전성에 있어 모두 우수 판정을 받아 연구진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피드는 특히 당뇨환자들에게 효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당뇨병을 가진 환자에게서 상당한 발기부전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당뇨 환자의 경우, 장시간 고혈당이 지속되면 혈과 내벽과 성신경 자체가 손상돼 발기부전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 증상이다.

안정성 입증된 토종제품들 이젠 세계로
중외제약은 발기부전치료제 주력시장인 비뇨기과를 적극 공략하는 동시에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2015년까지 제피드의 연매출 규모를 300억원으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동아제약의 국내 첫 발기부전치료제인 ‘자이데나’는 유데나필(Udenafil) 성분으로 필요할 때 마다 복용하는 온디맨드식 제형(100, 200mg)과 매일 복용하는 데일리(Daily) 제형(50mg) 두가지다. 온디멘드식 제형은 뛰어난 효과와 안전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인을 상대로 임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발기부전치료제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자이데나는 지난해 2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렸고, 중국과 일본에 이어 올해는 터키시장을 공략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도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20여곳의 제약사들이 ‘비아그라’제네릭(복제약)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 제약사들은 오는 5월 특허 만료를 기다리는 중이다. 제네릭이 출시되면 앞으로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