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올 한해 국내 유통업계는 경기 침체에서 소비 위축으로 또 그로 인한 수익감소라는 악순환 반복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운영이 주력사업인 대기업들은 각 점포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온라인 확장이라는 큰 목표의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는 2020년 임원인사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를 표방했다. 두 기업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변화는 ‘단순함’과 ‘일관성’이었다. 

“가능한 단순하게” 
    
롯데그룹은 지난 19일 발표한 2020 임원인사에서 유통사업부문인 롯데쇼핑의 조직 운영 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는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등 각 유통채널별 사업부문을 별도의 계열사처럼 취급했던 기존 운영방법을 바꿔 ‘롯데쇼핑’이라는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이 통합법인은 전 유통사업부의 투자와 전략, 인사 업무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롯데쇼핑 산하의 사업부로 전환되며, 대표이사들은 ‘사업부장’으로 여겨지며 실질적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 롯데 전 유통 사업부문의 총괄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를 역임한 신임 유통BU장 강희태 부회장이 맡는다.  

여기에 대해 롯데 측은 “이번 조직개편은 롯데쇼핑의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의사결정단계의 축소를 통한 빠른 실행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유통 사업부문의 단순화는 이마트의 운영에 역량을 집중과 전문점포의 정리로 구현된다. 그간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 채널에 점점 밀리는 대형마트의 위기 대응 방안으로 특정 콘셉트가 돋보이는 전문점 운영 전략을 최근 몇 년 동안 실행에 옮겨왔다. 그러나 중요 상권들의 높은 임대료에 비해 떨어지는 수익성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쳤고 가뜩이나 ‘본진’과 같은 이마트의 부진에 더 이상 전문점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얻기 힘들어졌다. 이에 신세계는 2020년부터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 7개 전점의 순차적 폐점 그리고 H&B 스토어 부츠와 가전양품점 일렉트로마트의 일부 점포 정리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다. 이를 통해 이마트와 이커머스 부문(SSG)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 신세계의 목표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일련의 전문 점포 정리는 이마트의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열심히 해 오던 것들은 일관성 있게”

롯데와 신세계는 조직이나 오프라인 점포의 운영을 단순화하는 한편 이커머스 확장과 최저가 전략은 일관성 있게 끌고 간다. 롯데는 내년 3월로 예정된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의 출범과 안정적 운영을 위한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 자사 이커머스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롯데는 개발 인력들을 확충하는가 하면 모바일 플랫폼, 유료회원제 운영, 중고거래 마켓 시범운영 등을 게속 실험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류까지 이어지는 이커머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한다. 신세계 이커버스 법인 SSG닷컴은 20일부터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제3호인 ‘네오(NE.O) 003’의 가동을 시작한다. 네오(NE.O)는 신세계의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과 각 유통채널 온라인 몰의 주문을 감당하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의 네오 1호(NE.O 001)는 2014년 경기도 김포시의 네오 2호점(NE.O 002)은 2016년에 운영을 시작했다. 3호는 1호와 같은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해 있다.

▲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위치한 '네오003'. 출처= SSG닷컴

아울러 두 기업은 오프라인 채널의 최저가격 제안을 계속 이어간다. 올해 롯데마트는 ‘극한가격’ 이마트는 ‘국민가격’으로 특정 상품군에 대해 온-오프라인 최저가격 판매를 지향해왔다. 물론 이것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고객이 줄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마트의 수익성을 더 저해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어 한동안 ‘지나친 출혈경쟁’이라는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의 제안으로 우선 방문 고객 수를 늘리는 전략은 나름의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각 마트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특정 품목 혹은 고객 인기 품목의 최저가 판매 전략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11월 2일 신세계그룹은 자사의 전 유통채널이 모두 참여하는 최저가 할인 축제 ‘쓱데이’를 열었고 이 날 하루 동안에만 신세계 유통채널들은 약 600만명의 고객들에게서 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 측 조사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같은 날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0년 ‘끝장승부’ 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내 유통업체들 모두에게 2020년은 상당히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올해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위기 반전을 위한 총력전, 온라인 유통채널은 대기업들의 참전으로 더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총력전이 내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유통명가인 롯데와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사활을 건 대결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3월 출범될 예정인 롯데 이커머스 플랫폼의 출범은 신세계 SSG닷컴에게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으로 표현되는 위기의 한 해를 지난 롯데와 신세계는 ‘단순화’와 ‘일관성’의 방향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두 맞수의 유통 패권 다툼은 2020년이 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