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가을 어느날, MIT의 킬리언 코트(Killian Court) 잔디밭에서는 한 무리의 선수들이 참가한 축구 경기가 열렸다. 그들은 낙엽 더미를 헤치고 튀어나와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백플립은 물론 공 다루는 솜씨도 제법 훌륭했다.
하지만 이들은 MIT 학생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치타 로봇 미니(Mini)였다.
MIT의 생체모방 로보틱스 연구소(Biomimetic Robotics Laboratory)의 연구원들은 MIT 대학교의 상징인 본관 건물 앞 잔디밭에 앉아, 12개의 모터로 구동되며 4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 미니치타가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들은 연구원들의 무선 원격조종에 따라 운동장을 마구 누비고 다녔다. 보스턴 테리어(Boston terrier, 키 40cm 몸무게 10 kg 정도 나가는 개의 한 품종) 정도의 크기에 진짜 개처럼 활기차고 빠른 걸음걸이와 움직임을 가진 이 은색 로봇들은 경탄 그 자체다.
MIT 기계공학과 김상배 교수는 "유튜브에서 치타 동영상을 보는 게 취미였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동물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은 김교수는 두 명의 대학원생 벤 카츠와 자레드 디 카를로와 함께 얼룩 아프리카 고양이 치타처럼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 팀은 미니 치타 외에 세 가지 버전의 치타 로봇을 만들었다.
최고 시속 75마일(120 km)을 달리는 진짜 치타와는 달리 로봇 미니 치타는 시속 약 9마일(14.5km)로 밖에 달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 로봇들은 김교수가 ‘신체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이라고 부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지 못하지만, 미니 치타는 똑바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초당 30회 이상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 다재다능함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력이 이 로봇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며, 백플립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공중에서 점프해 360도를 도는 백플립이 어려운 동작이지만 그것을 로봇에게 가르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로봇에게 백플립은 뛰는 것보다 더 쉬운 동작입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안정적 자세로 착지하는 것이지요. 안정적 자세로 착지하지 못하면 점프할 수도 없습니다.”
김교수 팀은 미니 치타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최근 10개의 로봇을 더 만든 이유다. 그들은 새로 만든 로봇을 다른 대학 실험실로 보낼 계획이다.
"(다른 대학 연구팀들이) 같은 하드웨어로 연구하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알고리즘도 더 빨리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또 한 가지 특별한 기술은 바로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계단을 오르는 행위는 트랙에서 움직이는 바퀴 달린 로봇보다 네발 달린 로봇이 더 유리하다.
김교수는 "미니 치타 같은 로봇이 언젠가는 배달, 노인 돌봄, 응급구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니 치타에 기술을 더 추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들은 미니 치타 같은 로봇이 누군가의 조종에 의존하지 않고 우주에서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카메라를 추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치타 로봇이 진짜 동물들과 같은 수준의 이동성을 갖는 것’이다.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는 개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