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2019 미호요 부스에 관람객이 줄서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격해지는 ‘차이나머니’ 공습에 국내 게임 산업은 중국산 게임에 안방까지 내주고 있다. 다수의 중국산 모바일 게임이 국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과거 ‘양산형’ 게임의 대명사로 통했던 중국산 게임은 이제 ‘갓겜’ 소리를 듣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특히 장르가 편중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어 다양한 장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中 게임 국내 모바일 차트에 큰 존재감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유저수와 매출 모두 긍정적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따르면 1월 2일 기준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톱20에서 중국 게임은 6개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중국산 게임이 톱 10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였지만, 최근 ‘리니지2M’ ‘V4’ ‘달빛조각사’ ‘엑소스히어로즈’ 등 대작이 연달아 출시되며 주도권을 다시 가져온 형국이다.

그러나 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공략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여전하다. 매출 순위 톱 50으로 범위를 넓히면 중국산 게임은 16개로 더욱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 ‘기적의검’ ‘라플라스M’ ‘왕이되는자’ ‘랑그릿사’ ‘황제라 칭하라’ 등 중국산 게임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게임은 게임성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5점 만점에 4.4, 애플 앱스토어 평점 4.6을 기록 중이다. 이 게임은 매력적인 그래픽과 전략 요소 등 게임성을 갖추며 많은 유저들의 지갑을 열었다. 때문에 확정형 유료아이템 비중이 높은 BM(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도 매출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랑그릿사 또한 인기 IP(지식재산권)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이다. 랑그릿사는 출시 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2위에 오르기도 했고, 아직 순항하고 있다. 평점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 4.5, 애플 앱스포어 평점 4.8로 매우 높다. 특히 인기 IP 기반 턴제 RPG가 게임성과 흥행성 모두를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그간 턴제 RPG 장르에서 과거의 인기 IP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 대부분 유저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원작 유저들의 추억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최근 흐름에 맞는 게임성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랑그릿사는 유저들의 취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국산 게임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흥행하고 있다. 국내 개발사에서 주력하는 MMORPG, RPG뿐 아니라 방치형, SLG, 미소녀 RPG, 클리커, 궁전 등 장르 게임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붕괴3rd(미소녀 ARPG)’ ‘소녀전선(미소녀 RPG)’ ‘왕이되는자(궁전)’ ‘황제라 칭하라(궁전)’ ‘로드 모바일(SLG)’ ‘마피아 시티(SLG)’ ‘리치리치(클리커)’ 등이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MMORPG와 수집형 RPG 등에 집중하는 사이 틈새 시장 공략에 성공한 모습이다. 

 

中 게임, 무서운 개발력과 속도… 서비스 노하우도 갖춰

중국산 게임의 흥행 원인은 개발력 향상과 서비스 노하우 덕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과거 2000년대 PC온라인 게임 시절 한국 게임을 자국에 들여오는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당시에는 한국 게임과 중국 게임의 퀄리티 차이가 극심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은 한국 게임 수입이 절실했다. 당시 텐센트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을 직접 방문하며 러브콜을 보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처럼 중국은 서비스를 중심으로 게임 산업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의 리텐션(잔존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서비스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게 중국 게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향후엔 직접 개발력까지 갖추며 서비스 노하우를 접목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 모방에 그쳤던 중국산 게임이 몇 년 전부터 완성도가 높아지고 창의성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많은 인력과 생산성이 높은 노동 환경 덕에 게임 개발 속도도 재빠르다. 

게임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현재 게임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선 게임사 근처에 기숙사를 두고 개발자들을 재운다. 개발자들은 자는 시간 빼고는 대부분 개발에 몰두한다더라”면서 “그렇지만 게임 성과에 대한 보상이 크기 때문에 직원 대부분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2019에서도 중국 게임의 인기는 여실히 드러났다. 비즈니스가 주를 이루는 B2B관을 중심으로 운영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 중국 게임사는 유저가 행사의 중심이 되는 B2C관 전면에 나서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B2C관 중앙 입구에는 각각 ‘붕괴3rd’와 ‘로드모바일’로 유명한 미호요, IGG의 부스가 자리 잡았다. ‘붕괴3rd’ ‘오늘도 우라라: 원시 헌팅 라이프 ‘의 서비스사 XD글로벌도 국내 주요 게임사인 넷마블과 펄어비스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출시한 지 수년이 지난 게임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했음에도 유저들은 부스를 즐기기 위해 줄을 지었다. 

반면 국내 모바일 게임의 중국 시장 영향력은 비교적 미미하다. 우선, 진입 자체를 못하고 있다. 중국의 판호(영업허가권)가 3년가까이 발급되지 않으면서다. 게다가 중국산 게임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부터 판호 발급 이후에 국산 게임이 흥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지스타2019 B2B관에는 중국 바이어가 눈에 띄게 줄었다. 통상 지스타 B2B관에는 한국 게임을 수출하려는 중국 바이어들이 많이 방문하지만 판호 발급 중단이 길어지며 발길이 점차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B2B 부스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사람이 붐벼야하는 대낮에도 매우 한산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