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에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양사의 주가는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올해 4분기 바닥을 찍은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D램 수요 회복과 가격 회복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총 1113억 달러로 전년 동기(1305억 달러) 대비 12.4% 감소했다. 이 가운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그 하락 폭이 더욱 컸다. 올해 1분기 아날로그 반도체 매출은 6.6% 감소에 그친 것에 반해,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34.4% 급락했다. 4분기 전체 반도체 매출은 7% 감소, 메모리 반도체는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3조원대 초중반대 수준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추정치다. 4분기 D램 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대 초반으로 지난 3분기 2조원 중후반보다 더 내려앉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3분기에서 4분기까지 삼성전자는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D램 재고량 소진에 초점을 맞추면서 출하량이 늘었다.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도 4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혹한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을 45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분기 대비 4.3%,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반도체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 대비 30%가 넘는 상황에서 D램 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고 있다. 4분기 SK하이닉스 서버용 D램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 초반까지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D램 내년 출하량 각각 19%, 12% 증가

▲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출처=SK하이닉스

올 4분기 혹한기를 보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내년부터 반등할 전망이다. 올해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감소 폭이 둔화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출하량이 다시 증가할 예정이다. 3분기부터 출하량 감소 폭 둔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량 소진이 주효했다. 특히 내년부터 낸드플래시와 D램은 출하량이 각각 19%, 12%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보고서를 인용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출하 전망을 밝혔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시장은 전반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가 두각을 드러낸다. D램은 출하량이 올해 37% 감소한 뒤, 내년 12% 성장으로 돌아설 예정이다. 낸드플래시는 올해 27% 감소하지만, 내년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매출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WSTS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규모는 12.8% 감소한 뒤, 내년 5.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반도체 시장의 반등은 5G(5세대이동통신) 확산과 서버 부문 수요 확장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낸드플래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현상까지 예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인 중국 시장을 대응하기 위해 중국 시안 공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중국 시안 2공장에서 5세대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자급화 전략에 따라 자국 내 생산된 제품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시안 2공장에서 생산한 낸드플래시로 시장 수요를 대응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D램 생산기지와 청주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에 이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 확장에 나선다. 120조원이 투자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오는 2022년부터 용인시 일대 135만평 규모의 부지에 4개의 반도체 팹(FAB)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청주 생산기지를 통해 기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 1분기 D램 고정거래 가격 반등

내년 D램은 수요 회복에 이어 가격까지 오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12월부터 D램 현물 가격이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했으며, 내년 1분기 초부터 고정거래 가격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물 가격은 소비자가 반도체를 직접 구입할 때의 값으로, 고정거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올해 4분기 D램 시장이 재고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를 보이고 있어 시장 가격이 왜곡돼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분기에는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져 수요가 평시보다 높아진다. 여기에 2분기부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맞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디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내년 1분기 D램 가격 전망치에 따르면 PC, 특수, 모바일 등 D램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소폭 하락하고, 서버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오른다.

또 그래픽 D램 가격도 소폭 상승세를 탄다. 기존 D램 공급 업체는 GDDR5 제품의 제고를 꾸준한 조정기를 거쳐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 디램익스체인지는 GPU 제조업체들이 차세대 GDDR6 제품으로 옮김에 따라 D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그래픽 D램 고정거래 가격은 분기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 황민성, 배현기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서버를 중심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모두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빠른 오더의 개선을 보이고 있다”라며 “일부 대형 클라우드에서는 생각보다 빠른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고객의 접속이 지연되는 서버의 과부하가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빠르게 증가하는 트래픽을 따라가기 위한 증설 투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