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플랫폼 업계에 합종연횡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과 온디맨드 플랫폼 로드맵의 트렌드가 고조되는 가운데 각 플랫폼들의 연합전선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네이버는 지난 11월 18일 자회사 라인이 야후재팬, 금융지주회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Z홀딩스와 경영통합(business integration)에 돌입한다고 공시했다. 라인과 Z홀딩스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주식회사가 50:50으로 조인트벤처(JV, Joint Venture)를 만들어 Z홀딩스의 공동 최대 주주가 되는 그림이다.

네이버는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 포털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며, 일본 및 아시아 최대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만남을 바탕으로 핀테크를 기점으로 하는 다양한 사용자 경험 창출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라인은 현재 일본에서 8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메신저부터 웹툰, 금융까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라인페이를 중심으로 현지 모바일 결제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5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야후재팬과의 시너지가 충분한 이유다.

두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전반, 나아가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활동하며 아시아 수퍼앱을 노린다는 각오다.

플랫폼 결합의 관점에서도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만나는 장면은 중요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실리콘밸리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평정한 가운데,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여념이 없는 이해진 GIO의 네이버가 만났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결합도 마찬가지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달러로 평가한 후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다. 김봉진 대표는 국내 배달의민족 운영에서 손을 뗀다. 대신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범준 부사장이 사령탑을 맡는다는 설명이다.

▲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와 우아한형제들이 만난다. 출처=우아한형제들

김 대표는 합작회사의 회장(Chairman)을 맡는다. 배달의민족이 진출한 베트남 사업은 물론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11개 나라의 비즈니스를 모두 총괄한다는 설명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현재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 야후재팬의 만남과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합종연횡을 통해 글로벌 시장, 특히 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점과 함께 글로벌 플레이어가 국내 플랫폼 경쟁력을 점지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일본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뛰는 거대 기업이며, 딜리버리히어로도 독일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다. 이들이 각각 네이버와 우아한형제들을 낙점해 그들의 플랫폼 운용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평가다.

한편 넷플릭스의 등장과 함께 벌어지는 국내 OTT의 행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맞서 합종연횡 수준의 연합전선은 구축하지 않고 있으나, 콘텐츠적 측면의 공동대응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안마당인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는 반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북미 매출이 넷플릭스 전체의 60%였지만 2019년 3분기 50%까지 떨어졌다. 대신 유럽/중동/아프리카 비중은 18.3%에 서 27.2%로 늘었고, 아시아 비중은 4.4%에서 7.3%로 증가했다.

구독자수 변화폭은 더 컸다. 북미 지역은 2017년 53%로 시작했으나 2019년 3분기에 42.6%로 감소했고, 유럽/중동/아프리카는 19%에서 29%, 아시아는 5%에서 9%, 남미는 15%에서 19%로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변화는 국내 OTT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웨이브와 왓챠 및 티빙은 스스로의 몸집을 키우는 한편, 일종의 콘텐츠 제휴 방식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일각에서 웨이브가 디즈니플러스와 협력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