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J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백두산'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갈아넣었다”라는 표현이 적절한 듯하다. 이번 작품은 확실히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스케일의 극한을 보여준다. 영화는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발생한 강도 7.0이상의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핵무기 활용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와 이를 견제하는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에 대한 내용을 담아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반도 전역이 지진으로 인해 쑥대밭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큰 스케일이다. 높은 건물들이 속절없이 내려앉아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소요 사태가 벌어지는 재난 상황을 잘 표현한다. 어떤 면으로는 ‘재난 블록버스터’에 가까울 정도로 재난 장면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들이 엿보인다. 
 
아울러 투톱 주연배우인 이병헌과 하정우의 연기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적절하게 넘나드는 각자의 역량을 한껏 보여준다. 특히 하정우는 어딘가 모르게 살짝 어리숙한 폭발물 처리 특수요원(Explosive Ordnance Disposal) 리더 ‘조인창’으로 자신의 장기인 능청 연기를 마음껏 뽐낸다. 조인창의 상대역인 북한 무력부의 특수요원 ‘리준평’을 연기한 이병헌은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냉철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각자가 가진 카리스마가 강한 두 인물의 조합이지만 과도하게 튀거나 어색하게 부딪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과격한 격투와 액션씬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임에도 액션 전문 배우 마동석이 액션이 전혀 없는 개그 조연으로 분하는 모습도 어떤 면에서는 신선하다. 여기에 이제는 한국 영화의 필수 요소가 된 ‘그 배우’가 또 등장해 전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물론 이 분이 직접 연기하는 웃음의 포인트는 없지만 그저 등장 자체가 재미다. 덧붙여 이번 작품에서 배우 배수지의 비중은 크지 않다. 주·조연배우들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 배수지의 연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 출처= CJ엔터테인먼트

'백두산'의 설정은 분명 현실이 아닌 판타지의 성격이 강하지만, 남북한의 관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내정 간섭 시도는 비록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가상의 설정임에도 상당히 개연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 입지를 고려할 때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으로 표현된다.

이것과 관련해 이번 작품에서는 지난해 다수의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두드러진 정치적 해석의 요지가 있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물론 영화의 내용을 고려하면 어떤 의도가 반영된 표현들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몇몇 대사들이 있다. 이 몇몇 장면은 작품이 대중들에게 평가를 받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하면 영화 '백두산'은 그 이름처럼 공을 많이 들여 만든 ‘큰 영화’다. 연말과 크리스마스 극장 성수기를 다분히 염두에 둔 CJ의 올해 마지막 블록버스터 승부수다. 눈에 보이는 큰 스케일과 액션을 즐기는 수준으로 관람한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