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롯데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모두가 예상한대로 2020년 롯데 임원인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의 유통BU(Business Unit)장 발탁이었다. 올해 롯데 유통사업 부문은 오프라인 채널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020년 3월 출범할 롯데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 준비가 겹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신동빈 회장은 유통 전반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롯데백화점 강희태 사장에게 그룹의 모든 유통 계열사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겼다. 

‘금간’ 유통명가 자존심 

롯데는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더불어 ‘한국 유통업계 3대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유통업계에서 롯데의 행보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의 성장 가능성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던 롯데는 주력사업인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 오프라인 채널들이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성장에 서서히 밀리는 형국이 나타나서야 온라인의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신동빈 회장은 ‘옴니채널’이라는 키워드로 유통업의 혁신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러나 롯데가 실현하는 옴니채널의 방향성은 온라인 통합 플랫폼보다는 첨단 기술과 오프라인 유통의 접목으로 구현됐기 때문에 지금의 온라인 역량 확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경쟁 업체인 신세계는 자사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의 온라인 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시킨 SSG.COM을 선보이면서 이커머스 영역에서 외형적으로 롯데를 근소하게 앞서가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 롯데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겪는 어려움에는 외부의 요인도 많이 작용했다. 중국발 사드 보복의 목표가 되어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섰던 시기부터 공을 들인 중국에서 큰 손해를 보고 마트와 백화점을 철수한 것, 중국 정부의 ‘롯데 방문 금지령’으로 면세점이 큰 타격을 입은 것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 분쟁으로 확산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의 여파에 다수의 브랜드들이 피해를 입은 것 등 최근 몇 년 롯데는 많은 외부 악재에 시달렸다. 

여기에 더해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소비 자체가 움츠러들면서 그간 내수에 의존했던 롯데 오프라인 채널은 직격타를 맞았다. 일련의 요인들은 올해 3분기 순손실 233억원이라는 롯데쇼핑의 부진한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 출처= 롯데쇼핑

강희태 BU장 앞에 놓인 과제들 

롯데의 거의 모든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에서도 롯데백화점은 비교적 안정적인 설적을 유지했다. 2019년 3분기 롯데백화점은 10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0억원 대비 약 16.8% 성장하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으로 비교해도 올해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은 3370억원으로 역시 지난해의 2890억원과 비교해 16.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련의 이유로 강희태 사장은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대내외적 요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 유통사업부문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그러나 그가 갈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롯데e커머스 플랫폼의 완성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롯데e커머스 통합 플랫폼의 구축은 큰 차질없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통합 사이트는 이미 만들어져 있으며 롯데의 모든 유통채널을 연결시킴으로 플랫폼을 채워나가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롯데쇼핑e커머스 사업본부는 지난 4월 1일 자사의 이커머스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인 롯데ON을 선보였다. 롯데ON은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7개社(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하이마트·롭스·롯데닷컴)의 온라인 몰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그런가하면 지난 9월 롯데쇼핑e커머스 사업본부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활용 가능성 확인의 일환으로 자사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사내벤처 중고거래 플랫폼 ‘마켓민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관리를 위한 기술인력·관리인력들을 대거 채용하는 등으로도 내년 3월로 다가온 롯데쇼핑e커머스 정식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강희태 BU장은 우선 지금까지 진행된 준비를 잘 마무리시킴으로 신동빈 회장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 출처= 롯데쇼핑

아울러 강희태 BU장은 한껏 침체된 롯데 오프라인 채널 운영의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야 한다. 3분기 롯데쇼핑의 부진은 대형 할인점 롯데마트의 부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은 경쟁사의 오프라인 채널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들과도 경쟁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유통의 마진을 최소한으로 남기더라도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최저가격을 실현해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곳이 바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 이마트다. 물론 롯데마트가 이마트의 방법론을 굳이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2분기의 실적 부진을 3분기에 바로 만회한 이마트의 성과는 연구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대내외 유통환경의 변화와 롯데가 가진 여러 조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의 수행이 롯데쇼핑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지난 10월 30일 롯데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상장시켰다. 이는 당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유통사업 부문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응이자 지원이었다. 강 신임 BU장은 이러한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실적개선으로 보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업계와 투자계가 바라보는 롯데 유통사업부문의 상황은 ‘이제는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다’라는 표현으로 정리될 만큼 좋지 않다. 신동빈 회장이 강희태 BU장에게 바라는 것은 위기의 극복과 성과다. 강희태 BU은 지난 수 년 동안 롯데쇼핑이 준비해 온 큰 변화를 제대로 마무리 짓고 현재의 난관을 극복해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그의 어깨에 롯데 전 유통계열사의 운명이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