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올해 국내 경기 부진으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 영향에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어 정책적으로 금융안정과 물가가 충돌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가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고 공급측 요인도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있어 올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강행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는 시그널로 작용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가계대출도 가팔라진 점이 저금리 정책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달 16일 정부는 ‘주택시장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출규제 정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내년 물가상승률도 1%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도 낮아져 정책적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중 어디에 포커스를 둘지에 대해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GDP갭률 ‘마이너스’, 물가하락 압력과 유동성 실물자산으로 이동 지속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회의에서 “수요요인과 공급요인, 정책요인 모두 물가의 오름세를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최근의 물가 상황을 보면 1~11월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4%로 지난해 1.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수요 측면에서는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GDP갭(잠재GDP와 실질GDP의 차이)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등 물가 압력이 약화되고 있다.

▲ 출처=한국은행

특히 올해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부진 등 대외적 리스크가 국내 경기 회복을 예상보다 지연시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농축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하반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춰 공급측면에서도 하방압력이 작용했다. 또 정부의 교육·의료비 관련 복지정책이 강화되면서 물가가 더 낮아지는 데 기여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볼 때 국내 경기 부진이 아직 회복되지 못하면서 내년에도 1%내외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주택시장을 평가하면서 저금리를 지목한 만큼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그동안 정부가 적극적인 가계대출 규제를 펼쳤지만 여전히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금융위는 올해 또다시 칼을 빼든 상황이다.

정부가 일관되게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를 펼치고 있지만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저금리 상황으로 부동산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해소되지 않아 정책적인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완화적인 금융여건으로 차입비용이 낮아지면서 주택수요를 높아닌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기준금리는 경기 물가 등 거시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제대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면서 통화정책은 물가수준을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부동산 쏠림을 막고 주담대를 낮추고자하는 정부의 대출규제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은행도 계속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책 여건 변화에 적합한 통화정책 체계가 어떠한 것이 있는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 하방압력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두차례 인하되면서 현재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도달한 상황이지만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달라지면서 기준금리 방향에 신중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물가 변동은 경기적 또는 일시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저물가를 일으키는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효율성 방안을 꾸준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앞서 인플레이션 결정구조의 변화에 대해서 계속 살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