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수적인 금융권의 대명사로 알려진 보험업계에 여성임원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첫 여성 임원이 선임되는가 하면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나오며 보험사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얇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임원은 물론 CEO 역시 젊어지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분위기다.

◇ 라이나생명, 여성 부사장 선임…롯데손보, 창사 이래 첫 여성 임원

지난 17일 시행된 라이나생명의 인사 발령에 조지은 전무, 이지현 전무 등 여성임원 두 명이 일제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그간 공석으로 있던 부사장 자리에 여성임원 분들이 들어가게 됐다”며 “라이나생명은 보험사 중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창사 이래 첫 여성임원이 등장했다. 전연희 롯데손해보험 장기손해사정팀장은 지난 12일 상무보로 승진해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역임하게 됐다. 마케팅전략‧개인영업지원‧영업교육팀장 등을 거친 전 상무보는 1974년생으로 40대 중반에 불과하다.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보험사의 올 3분기 기준 여성임원수 역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명씩 증가했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초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 임원을 발탁했으며,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고졸 출신의 여성임원을 선임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경력단절, 승진 등에 있어 여성들의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업계 여성임원들의 비중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타 업권에 비해 금융 쪽이 워낙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 여성임원들의 비중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CEO 연령도 젊어지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 10월 최원진 대표이사를 새로 맞이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사무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서기관, JKL파트너스 전무 등을 거친 최 대표는 1973년생으로 올해 47세다. 내년 초 출범 예정인 캐롯손해보험의 정영호 대표이사 역시 1972년생이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은 최근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단행하기도 했다.

◇ 유리천장 깨기엔 갈 길 멀어

이처럼 보험업계 여성 임원이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젊은 CEO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업황 악화 속 새로운 타개책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인슈어테크 등 4차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세심함과 트렌디를 겸비한 수장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 성차별을 없애고 능력위주의 인사가 이뤄져야한다는 사회적 기조와도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에는 ‘양성평등 임원임명 목표제’가 시행되기도 했다.

▲ 2019년 1분기 상장법인 등기‧미등기임원 성별 현황. 출처=여성가족부

그러나 유리천장에 막힌 보험업계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가족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상장사 여성임원 비율은 정보통신업 6.2%, 도매·소매업 5.1%, 제조업 3.5%, 금융·보험업 3.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손보사 9곳의 지난 9월말 기준 여성 임원수도 11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임원 378명 중 2.9%인 수준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여성임원 비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여성임원들의 늘어나는 추세에 힘입어 금융업계 유리천장도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