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출처= 코리아세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수장이 바뀐다. 모그룹 롯데의 신동빈 회장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해온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교체하기로 판단한데 따른 결과다. 

현재 세븐일레븐을 이끌고 있는 정승인 대표이사의 공과가 새삼 회자되는 가운데 새 대표이사로 내정된 최경호 상무의 향후 성과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19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코리아세븐은 이사회를 앞두고 새 대표이사 내정 소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코리아세븐 안팎으론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신규 인사 명단이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돌발상황은 배제할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서 최 상무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다.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최경호 코리아세븐 상무가 새 대표이사로 내정된 상황이다.

최경호 상무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이사회가 열리기 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내정 소식을 접했다”며 “아직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회가 마련되면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라고 밝혔다.

최 상무는 정 대표이사에 비해 첫 임원 승진 이후 CEO가 되기까지 기간이 2년 가량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상무는 2013년 2월 이사대우에 이어 2015년 12월 상무로 승진했다. 19일 대표이사에 임명될 경우 경영진에 편입된 지 6년 만에 대표이사를 맡는 셈이다. 정 대표이사의 경우 2006년 2월 이사대우로 승진한 뒤 8년 만인 2014년 1월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최 상무가 새롭게 이끌어 갈 세븐일레븐은 그간 무인결제 시스템,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 측면에서 성과를 거뒀다. 반면 점포 수 확대, 수익성 개선 등 분야에서는 비교적 부족한 실적을 기록했다.

정승인 대표이사는 세븐일레븐의 키를 쥔 뒤 세븐일레븐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정 대표이사는 세븐일레븐 본사와 가맹점주 양 측 간 빚어진 갈등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에게서 부당한 비용을 강요한다는 등 의혹으로 시장으로부터 비판받고 있었다.

정 대표이사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4년 1월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반영한 신규 가맹모델을 도입했다. 우수 가맹점주의 해외여행을 지원하고 작년에는 점주 자녀 장학금 지급, 실적 부진 점포 회생 지원 등 상생계획을 담은 ‘7대 행복충전 상생 프로그램’을 개시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이 현재 슬로건 키워드로 활용하고 있는 ‘행복충전소’도 정 대표이사의 작품이다. 행복충전소는 고객에게 가깝고 편리한 편의점에서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개념이다.

같은 기간 무인결제시스템, 인공지능(AI) 로봇 브니, 무인 물품 보관함 세븐 라커, 세븐일레븐 전용 앱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시스템을 개발해 내놓았다. 미래형 편의점이라는 타이틀을 브랜드 입지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했다.

정 대표이사의 마케팅 전략은 편의점 업계의 전반적인 성장세와 더불어 성과로 이어진 모양새다.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코리아세븐 매출액은 2014년 2조 3074억원에서 4년 뒤인 지난해 64.7% 증가한 3억 800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점포 수도 7231개에서 32.1% 늘어난 9555개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에는 1만5개로 창사 이래 처음 월 말 기준 점포 1만개를 돌파했다.

세븐일레븐 숙제 ‘점포망·수익성 경쟁 열위’

세븐일레븐이 정 대표이사의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양호한 수준의 성과를 냈지만 풀지 못한 숙제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경쟁사보다 협소한 점포망과 비교적 낮은 수익성이다.

지난달 말 기준 GS25와 CU의 점포 수는 각각 1만3899개, 1만3820개로 세븐일레븐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정 대표이사 재임 기간 점포 수로 줄곧 업계 3위에 머물렀고 같은 2위였던 GS25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GS25의 각 연말 기준 점포 수는 2014년 8290개에서 지난해 1만3107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 점포 수와의 차이는 1059개에서 3552개로 4년 새 3배 넘게 벌어졌다.

세븐일레븐은 2010년 업계 4위 업체인 바이더웨이를 인수하며 당시 1665개에 달하는 점포를 순차적으로 세븐일레븐 점포로 전환해왔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와 영업력을 앞세운 GS25, CU 등 두 업체를 당해내지 못했다. 올해 초에는 일본계 편의점 업체 미니스톱을 인수하려다 무산됐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점포 수가 2535개에 달하는 미니스톱을 인수해 점포망을 확장할 수 있었지만 각종 측면에서의 이해타산을 통해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입찰경쟁으로 인수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세븐일레븐 부담이 커졌고 점포를 흡수해도 2위 브랜드를 따라잡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상생 협약의 일환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사업의 영향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보였다. 인건비, 임차료 등 각종 운영 비용이 상승한 점도 세븐일레븐의 성장을 저해한 요소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세븐일레븐의 점포 평균 매출액은 4억8759만원으로 집계됐다. GS25(6억7206만원), CU(5억9312만원) 등 두 업체 뿐 아니라 4위인 미니스톱(6억754만원)에도 크게 밀렸다. 같은 기간 점포 면적(3.3㎡)당 평균매출액에서는 미니스톱(2331만원)보다 높은 2390만원을 기록했지만 ‘만년 3등’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그간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앞으로 점포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편의점 사업의 최대 관건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지만 세븐일레븐에게는 사실상 요원하다. GS25와 CU가 1등 자리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데다 영업권 보장 등을 목적으로 한 출점 제약에 얽매여있기 때문이다.

점포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동시에 기존 점포의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이 이 같은 업황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한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 대표이사도 그간 제조사와 협업하거나 글로벌 상품을 소싱하고 첨단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관련 사업을 이어왔다. 롯데그룹이 최 상무를 대표이사로 점찍은 점은 일선 영업 전략에 박차를 가하는데 혜안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 상무의 영업·상품 부문 역량이 암초에 직면한 세븐일레븐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 상무는 이날 현재까지 3년째 상품본부장을 맡고 있다. 앞서 영업개발본부장 등을 거치며 현장 관련 업무에 능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주영 숭실대 중소벤처기업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체가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이 어려운 업황에서 내실 강화를 도모하는 게 이윤 창출에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소매 사업장의 경쟁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입지 외에 상품·서비스를 강화해 점포 매력도를 높이는 전략을 꼽을 수 있다”며 “CEO가 누구든 세븐일레븐의 현재 강점인 첨단 서비스를 더욱 선진화하고 상품 차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