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K-뷰티의 위상이 흔들렸으나, 최근 반등의 기회가 엿보여 눈길을 끈다.

한국 화장품은 2016년부터 중국내 수입 화장품 부문에서 1위를 이어오다 올해 일본에게 자리를 내줬다. 사드 갈등으로 K-뷰티가 위기를 맞는 사이 J-뷰티가 추월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현지에서 K-뷰티의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소비자들이 설화수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출처=아모레퍼시픽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총 96억 7597만달러(약 11조 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늘었다. 국가별로는 일본산이 지난해 대비 34.8% 늘어난 24억 6881만달러를 차지했으며 점유율은 25.5%로 1위다. 한국산은 14.0% 증가한 24억 3369만달러(약 2조 9000억원)로 뒤를 이었고 점유율은 25.2%로 2위다. 일본과 한국에 이은 주요 수출 국가는 3위에 프랑스(18억 547만달러), 4위 미국(9억 4085만달러)으로 점유율은 각각 18.7%, 9.7%를 기록했다.

중국 내 수입화장품 시장은 2015년까지만 해도 프랑스산이 28.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한국산 화장품이 프랑스를 추월하면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한국산의 수입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일본 화장품이 역전한 것이다. 3년간 차지한 1위의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실제로 국내 로드숍 중심의 중저가 브랜드들은 중국 내 사드 보복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정보 시스템 등에 따르면 화장품 로드숍 매장 수는 2016년까지만 해도 4934개로 전년(4868개)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7년부터 4775개로 전년보다 3.2% 감소했고, 2018년 3분기엔 4100개로 감소폭이 증가했다.

▲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중국 모델 송혜교(왼쪽), LG생활건강의 숨 중국 모델 고력나찰(오른쪽). 출처=각사

기업의 실적 또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 46% 감소한 1301억원 7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뛰드 역시 매출은 16% 감소, 79억원의 손실로 수년 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이니스프리까지 실적 하락세를 겪으며 중국 전체 매출 성장도 급격히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비슷한 상황이다. 럭셔리 브랜드 후의 성장은 고공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로드숍 브랜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매출 공개를 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는 873억원으로 매출의 정점을 찍었던 2016년(6498억원)보다 20% 감소했다.

또한 지난 6월 더페이스샵과 자사 브랜드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온라인 직영 쇼핑몰을 폐쇄한바 있다. 온라인 사업을 확장시켜도 모자랄 판에 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온라인 직영몰에서 가맹점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화장품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점주와의 불화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실적 몰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화장품 업계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는데 최근엔 중저가 제품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최근 발간한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현황과 진출 방안’ 보고서에서 “한국의 중국 소비 수출은 사드사태의 영향으로 2016년과 2017년 부진했으나 지난해 다시 호조세를 보였다”면서 “다만 올해 들어 중국 시장에 일본산의 빠른 부상으로 K-뷰티의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몀동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에서 히잡을 한 아랍계 여성이 화장품을 구매해 나오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그러나 중국에서 K-뷰티가 다시 살아날 기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내 일본산과 한국산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5.5%와 25.2%로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10월부터 다시 한국산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13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당시 합의가 타결되자마자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했고,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마스크팩 제조업체도 동일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한한령도 해제되면서 한중 관계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분위기만으로 안심하긴 이르다. 전문가들은 K-뷰티가 안정적인 위치에 다시 오르기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성비 등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자국 화장품을 구매하지 굳이 한국산을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새롭게 중국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거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증권업계 또한 한항령 해제에 따른 관련주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와 중국 현지 신생 브랜드의 진출 등 중국 화장품 시장 내에서의 경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어 선별적인 종목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화장품 담당 관계자는 “일본이 어느새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보고 다른 라인을 더 강화한다든지 브랜드 이미지를 더 고급화로 확립한다든지 새로운 방안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