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나서는데 여기저기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들이 보였다.

12월치고는 제법 푸근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겨울인데 산타클로스 무리에 섞여있는 여성들은 추위가 무색한 하의실종 차림이었고, 남성들도 얄팍한 산타클로스 수트만 입고 있었다.

산타클로스들이 왜 이리 많을까 생각하다가 순간 산타콘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미국에 오고 얼마되지 않아서는 TV로만 보던 산타콘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고 수십명의 산타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흥미로웠지만, 이제 산타콘이 열리는 날은 지역 주민들이 외출을 삼가는 날이 되어버렸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뉴욕시의 산타콘은 전 세계 산타콘 행사중에 가장 큰 규모이다. 산타콘의 시작은 미국 반대편인 샌프란시스코에서 25년 전인 1994년 출발했다.

당초 공연예술의 하나로 종교적인 의미는 퇴색되고 쇼핑몰이나 상점마다 선물을 사라고 부추기는 상업적 행사로 크리스마스가 변질되는 것을 비꼬기 위한 공연이었다.

그러나 곧 산타콘도 하루종일 술집을 전전하면서 술을 진탕 퍼마시고 망가지는 술 마시기 대회처럼 변질됐다.

40여개 국가, 300여개 지역에서 각기 다른 산타콘 행사가 벌어지는데 대부분은 이날 하루를 산타나 루돌프, 엘프 복장을 하고 술을 마시며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즐거움을 즐기는 날로 진행되고 있다.

뉴욕에서 산타콘을 진행하는 주최측은 산타콘이 “비정치적인 자선행사”라고 주장한다.

산타콘 참석자들은 1인당 10달러씩을 내고 티켓을 구매하면 산타 뱃지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착용하고 산타콘 참여 술집이나 클럽 등에 가면 입장료가 제외되고 특별 할인 가격에 각종 주류를 즐길 수 있다.

뉴욕 산타콘측은 티켓 판매 금액과 참여 술집의 매출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면서,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약 45만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견 술집 등 참여 상점의 매출도 올리고 자선단체도 돕는 좋은 행사인 듯 싶지만 행사가 열리는 지역 인근 주민들과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산타콘이라면 고개를 내젓는다.

아침 10시부터 산타콘이 시작되면서 점심시간도 채 되기전에 이미 술이 만취해서 길바닥에 여기저기 널부러진 산타들을 볼 수 있고 지하철이나 상점에 구토를 하는 것은 물론 노상방뇨하는 모습도 보이는 등 늦은 밤 술집 뒷골목에서나 보일법만 장면들이 대낮 맨해튼 한복판에서 볼 수 있는 때가 바로 산타콘이다.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매년 빠지지 않아서 이맘때면 뉴욕시 경찰도 덩달아 바빠지고 인근 응급실은 싸우다가 다치거나 술취해서 넘어진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뉴욕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산타콘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뉴욕시에 비해 1주일 먼저 산타콘이 열렸고 연령층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진 인근 호보큰의 산타콘에서는 술이 취한채 운전을 하다가 체포되거나 마리화나 등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가 여러 건이며 술과 마약에 취해 경찰의 손을 깨물었다가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인구 5만 명의 뉴욕시 인근 지역인 이곳에서 산타콘 당일에만 무려 5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14명이 체포되고 4명의 경찰이 이과정에서 부상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한 업체가 올해 맨해튼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는 유람선에서 술과 음악을 제공하는 산타콘 행사를 기획했다가 뉴욕시로부터 이를 금지당한 이유도 술에 잔뜩 취한 사람들로 인해 유람선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뉴욕 산타콘이 지나고 나면 각 매체마다 얼마나 많은 술취한 사람들이 어떤 사고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자세한 보도가 이뤄진다.

평소같으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무책임하고 멍청한 짓을 하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이상한 문화가 형성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산타콘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