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부장관의 대북 제안

한반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늘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전개 중인 한반도이지만, 지금의 긴장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제 한반도 문제는 남북관계의 문제를 넘어서, 미중 패권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취급되어져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심각하다.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12월 12일 영국 총선 직후,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로 향했다. 북한 스스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긴장을 고조시킨 탓도 컸지만, 브렉시트에 견줄만한 새로운 국제균형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인 것 같다.

브렉시트가 가져올 유럽지형의 변화는 향후 세계 경제와 균형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영국 하나가 빠진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을 지탱하는 중심축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세계는 조만간 브렉시트로 인해서 바뀐 세계 경제 지도를 확인할 것이다.

그런 변화의 출발에 한반도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지난 12월 15일 일요일 방한은 그런 의미에서 깊은 의미가 있다. 비건 부장관 지명자는 북한에 대해,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 지명자의 방한 직전인 13일 금요일, 북한은 13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 비건 부장관 지명자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이 “매우 적대적이며 부정적이고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이날이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날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경고이다.

중러, 안보리에 대북제제 일부해제 결의안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12월 16일 월요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것이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으로 북미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이 요구해온 제재 해제, 완화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 공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해왔지만, 이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구체적으로 제출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의미 깊은 대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초안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 신뢰를 쌓으며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노력에 동참하면서 북미 간 모든 레벨의 지속적인 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초안에는 북한의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제와 해외에 근로하는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하도록 한 제재의 해제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해제 결의안은 북한의 달러 통로를 풀어주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가 있을 때까지 제재 완화나 해제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프랑스도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이다. 따라서 중러의 제재 해제 결의안이 채택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예의 주시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3번째로 하원 탄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원 법사위는 지난 12월 13일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에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 전체 표결을 통과하면, 탄핵안은 내년 20120년 초쯤 상원으로 넘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확률은 없다. 누차 강조했지만, 탄핵 최종 결정권은 상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53석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원에서, 20표의 반란표가 나와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시킬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마나한 탄핵안을 처리하고 있는 하원은 2020년 11월 3일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패배를 자인한 상황.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에게는 관심도 없다. 탄핵안은 이미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 트럼프 대통령 이외에는 생각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이 상황에, 지난 12월 16일 월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발언했다. “무언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 여러 차례 강조한 이 말을 북한은 더 이상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처리할 것.”

그동안 가져왔던 북한에 대한 호의 같은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매우 담백한 어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지켜보자. 우리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사실상 많은 곳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위 뼈가 담긴 말이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확인하는 미국의 위력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세계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압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기반이 될 팜벨트 지역의 대두 수입을 중국이 단호하게 거부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의 뒷심이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별다른 마찰 없이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루었다. 정말로 예상 밖의 결과였다. 결국 이런 상황으로 확인한 것이 있다. 중국은 미국을 극복하지 못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로 인해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완전히 이뤄졌다. 합의가 실행되면 우리는 두 번째 해 중국에 약 2배를 더 수출하게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발언은 중국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왜 침묵했을까?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펼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중국은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이다. 8% 성장을 당연히 여기던 중국 경제는 2020년 5.4% 성장률이 전망된다. 물론 이것 역시 달성하기 쉽지 않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미국이 부추긴 나토는 중국을 주적으로 삼았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 물량만 잔뜩 받아 쥐었다. 그래서 중국은 경제 회생의 돌파구로 북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며 미국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이 통할 줄 알지만,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 영웅으로 만들 가능성만 높아진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중국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