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며 가입자 340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이 손해율 고공행진으로 사실상 파산위기에 직면, 보험료 인상에 따라 중도하차 여부가 판가름 날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손해율 상승에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실손보험이 국민의 약 70%가 가입한 물가상승률에 밀접한 상품이라는 이유로 보험료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소 두 자리 수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보험업계와 보험료 인상 폭을 낮춰야 한다는 정부의 줄다리기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다보니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그만큼 제2의 건강보험이라는 수식어를 꿰차며 보험료 차등화, 청구간소화, 도덕적 해이 등의 화두를 생산하면서 이슈메이커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민보험으로 부상했지만 치솟는 손해율에 보험사들에겐 애물단지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실손보험이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지난 변천사 통해 현주소를 짚어봤다.

◇ 실손보험 어떻게 변했나

실손보험은 공적 건강보험의 재정, 소비자 물가 등 국가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가입자의 도덕적해이, 보험사의 손해율 수준, 보험료 인상 수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정됐다.

1963년 상해담보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이 첫 등장했다. 2003년 생명보험사 실손보험에 대한 제3분야 규제가 완화되며, 단체 실손보험 판매가 허용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손해보험사 실손담보가 활성화 됐으며, 2008년 생보사 개인실손보험이 도입됐다.

실손보험은 상품표준화가 된 2009년부터 크게 그 기점이 나뉘기 시작했다. 실손보험은 생보와 손보가 동일하게 연간 한도 5000만원 이내에서 본인부담금의 90%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표준화됐다.

2013년엔 단독형 상품이 도입됐다. 적립되는 보험료도 없고 다른 특약 가입에 따른 추가 보험료도 없어 순수하게 의료비만 담보하는 단독형 실손보험이 도입된 것이다. 2014년엔 가입자의 가입연령 상한을 현행 65세에서 최대 7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노인실손보험이 등장했다. 2017년엔 기본형과 특약으로 상품구조가 개편됐다. 특약으로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주사, 비급여 MRI등이 해당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손보험은 크게 계약 형태, 가입 연령층 등에 따라 △일반 개인실손 △단체실손 △노후실손 등 3가지 상품으로 나눠져 있었다.

일반 개인실손은 건강한 0~60세의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심사를 거쳐 가입하는 실손의료보험으로, 가장 많은 국민이 가입한 상품이다. 단체 실손은 직장 등에서 개별 가입자에 대한 심사 없이 단체로 가입하는 상품으로, 단체에 소속된 기간 동안만 보장한다. 노후 실손은 건강한 50~75세의 고령층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소비자의 자기부담이 다소 높지만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지난해 4월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출시되며 보험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경증 만성질환이나 치료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는 실손보험이다.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고 알려진 실손보험에 유병력자까지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 등장하자 보험사들의 우려도 제기되곤 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심사 항목을 18개에서 6개로 축소하고, 투약도 심사에서 제외되는 상품이다. 입원과 외래진료 의료비를 보장하며, 본인부담률은 30%로 설정됐다.

이 시기부터 실손보험 상품의 ‘끼워팔기’도 금지되기 시작했다. 실손보험 상품을 실손의료 보장으로만 구성된 단독상품으로 분리·판매토록 규정된 것이다. 끼워팔기로 인한 타 보험상품의 비자발적 가입 등 소비자 피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손보험은 보험사와 설계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다보니 타 보험상품에 끼워서 파는 행태가 주를 이뤄왔었다.

◇ 폭발적인 인기에 드리운 그림자

실손보험은 수요자의 니즈와 공급자의 니즈가 부합되면서 2006년 이후 크게 성장했다. 전 국민의 70%가 가입하고 있을 정도로 모든 담보 통틀어 가장 많은 계약자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수요자 측면에선 낮은 공적보장률로 인해 병원진료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본인이 부담하는 치료비를 보존해주는 실손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보험사 측면에선 통합보험에 실손 담보를 부가해 공격적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손보험의 인기와 덩달아 손해율도 올라가고 있다. 손보사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6%로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른 손보사들의 영업적자도 41.3% 올랐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손해율은 70~80% 수준으로 이미 실손보험으로 보험사들이 상당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험사기, 도덕적해이 등이 실손보험 손해율의 주범으로 꼽힌다.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하다보니 가입자들의 본전심리는 물론 병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기 쉬운 상품이라는 지적이다. 일명 문제인 케어에 따른 풍선효과로 손해율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문 케어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문케어로 인해 의료이용량이 증가하고 있음은 물론 비급여 진료 항목을 신설해 환자들에게 권하는 과잉 진료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상품이라 손해가 난다고 쉽사리 상품판매를 중단할 수 도 없다”며 “적절한 보험료 인상과 더불어 손해율을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