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빈훗(Robinhood)은 가난한 개인 투자자들 편에서 월가의 거대 자본에 맞서 싸우는, 중세 영국의 의적 ‘로빈훗’의 정신을 기치로 내세운 온라인 증권거래 스타트업이다.    출처= Pennystock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온라인 증권사 로빈훗(Robinhood)이 도입한 수수료 무료 정신은 증권 거래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기존 증권사들도 덩달아 수수료를 폐지함으로써 자신의 사업 모델을 다시 써야 했다. 로빈훗이 촉발한 업계의 혁신은 업계 선두주자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과 TD 어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의 초대형 합병으로 이어졌다.

제로 커미션 온라인 중권사 로빈훗이 최근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를 기념하는 간단한 행사를가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 회사는 자신이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는데 도움을 준 급속한 변화를 자축하고 있다.

제로 수수료의 개척자

블라드 테네브 로빈훗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수수료 없는 주식 투자 시대를 개척했다. 우리의 도전 정신이 우리 고객만이 수수료를 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증권사 고객들에게도 그런 혜택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빈훗은 제로 커미션 약속과 밀레니얼 투자자들에 집중하겠다는 열망을 내세우며 6년 전 출범했다. 로빈훗은 이제 2020년에 상장할 유력 후보자 중 하나다.

이 스타트업의 영향력의 진가는 지난 가을에 제대로 나타났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거의 모든 주요 온라인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잇따라 없앴다. 찰스 슈왑을 비롯해 E*트레이드 파이낸셜 (E*Trade Financial),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nteractive Brokers), TD 어메리트레이드 등 대형 증권사들은 수수료 면제 발표 소식에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그러나 테네브는 한 쪽에서 이렇게 말했다.

"업계의 진보를 축하합니다.”

그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로빈훗이 처음부터 시도한 전략이 옳았음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테네브는 창업할 때부터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전자 거래인데, 증권사가 수수료를 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경쟁업체들이 제로 커미션을 너도나도 받아들이자 로빈훗은 다음과 같은 태그라인이 붙은 광고를 냈다.

“변화는 그것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하룻밤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제로 커미션 채택은 로빈훗을 경쟁자들로부터 가장 구별시키게 했던 차별화 요소를 지워버린다. 이제 로빈훗은 앞으로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무수수료 거래를 위한 다양한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테네브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일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 수수료 제로를 개척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훗이 이번엔 분할 주식 거래 방식을 도입해 투자자들이 적은 돈으로도 아마존이나 알파벳 같은 고가의 주식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출처= Robinhood

단돈 1달러로 아마존 주식 한 조각 사기

로빈훗은 지난 12일 분할 주식 거래(fractional share trading) 개시 등 일련의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분할 주식 거래는 투자자들이 실제 주가와 상관없이 단돈 1달러로도 주식과 ETF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 방식이다.

젊은 투자자들은 아마존, 버크셔해서웨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같이 주가가 1000달러가 넘는 주식 한 주를 살 돈이 부족할 수 있다. 애플의 주식도 300달러에 육박한다.

로빈훗은 자사 고객의 절반 이상이 초기 투자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고객들의 상당 수는 주가가 수백 달러, 수천 달러, 심지어 수만 달러나 되는 고가의 주식은 엄두를 내지 못하지요.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 투자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로빈훗의 분할 주식 거래에도 수수료가 없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로빗훗은 이 방식의거래를 다음 주에 일단의 고객들에게 처음 출시하고 내년 초에 모든 로빈훗 사용자들에게 허용할 방침이다.

로빈훗은 개별 주식과 ETF 모두에 분할 주식 거래를 도입함으로써 몸집 큰 경쟁자들보다 또 한걸음 앞서 나가고 있다.

찰스 슈왑도 지난 10월, ETF를 제외하고 개별 주식에 대해 분할 주식 거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슈왑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언제쯤 이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훗은 또 현금 배당을 자동으로 주식에 재투자하는 배당 재투자 계획과, 사용자가 반복적인 투자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해주는 프로그램 등도 내놓았다.

로빈훗의 다음 행보는?

내년을 전망해 보면 로빈훗은 2020년에 상장 절차를 밟으면서 월가를 또 한 번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로빈훗은 숙박공유회사 에어비앤비(Airbnb), 매트리스 스타트업 캐스퍼(Casper), 음식 배달서비스 포스트메이트(Postmates)와 함께 내년 IPO가 주목되는 회사들 중 하나다.

2019년 최대 IPO로 주목받았던 우버와 리프트는 수익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

테네브는 로빈훗이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로빈훗이 TD 어메리트레이드 처럼 더 큰 라이벌에 흡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수 합병은 우리가 계획하는 바가 아닙니다. 우리는 빠른 성장을 지속하는 독립 기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