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지속가능 티셔츠를 만드는 티밀(Teemill)은 AI와 로봇을 사용해 실시간 주문 제작 방식을 취함으로서 옷 폐기물을 줄인다.   출처= Teemil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패션 산업은 항공 산업과 해상 운송 산업을 합친 것보다 기후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UN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폐수의 20%,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패션 산업은 또 매년 50만 톤의 합성 섬유를 바다에 버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엄청난 양의 싸구려 옷을 생산하는 데 드는 환경적 비용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중고 옷을 사 입는 등 옷에 대해 친환경 지속가능한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이에 패션계 대기업들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라(Zara)는 2025년까지 비화학 유기재료, 친환경 또는 재활용 면, 리넨(linen), 폴리에스테르만을 사용해 옷을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H&M도 2030년을 목표로 비슷한 약속을 내 놓았다.

나이키는 2025년까지 100% 신재생 에너지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고, 아디다스는 올해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신발의 양을 두 배로 늘릴 예정이다. 랭글러(Wrangler)는 물 낭비를 줄이는 새로운 진바지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개선 움직임에는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가능해졌는데, 이 새로운 기술이 옷의 디자인, 생산, 판매 방식을 모두 바꾸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AI 이용, 폐기물 감소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와 기술을 사용해 티셔츠를 생산하고 재활용하는 영국 스타트업 티밀(Teemill)의 공동 설립자인 마트 드레이크-나이트는 "패션 산업하면 대량 생산, 저부가가치, 폐기물 양산을 먼저 떠 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늘 산 티셔츠 5개 중 3개는 1년 안에 버려질 것입니다. 심지어는 쓰레기 매립지로 가기 전에 한 번도 입지 않는 옷도 많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그 비용은 비단 환경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패션 사업의 규모는 2조 4천억 달러(2800조원)에 달하지만, 재활용에 대한 인식 부족과 판매되기도 전에 버려지는 옷으로 인해 매년 약 5천억 달러(580조원)의 손실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티밀은 영국 남부 와이트(Wight)라는 작은 섬에 있는 공장에서 수십 대의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제품을 실시간 주문 제작한다. 인터넷 연결이 되어있는 사람은 누구나 티밀의 웹사이트를 통해 셔츠를 디자인하고 자신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 (Save the Children), 그린피스(Greenpeace) 같은 자선단체 뿐 아니라 캐서린 햄넷, 벨라 프로이트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도 티밀의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티밀의 드레이크-나이트는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보며 이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생산한다 하더라도 티셔츠들은 결국 수명이 다하면 쓰레기장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티밀은 수명이 다한 제품들을 반송하도록 권장하며 그 대가로 운송비 회사 부담과 매장 크레딧(store credit)을 제공한다.

테밀의 제품들은 천연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섬유들은 계속해서 재활용될 수 있다. 이는 순환 경제 창출이라는 회사의 목표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티셔츠의 원래 가치 중 일부를 그대로 유지하는 일거 양득의 효과를 누린다.

영국 리즈 대학교(University of Leeds)에서 친환경 지속가능성, 소매, 패션을 가르치는 마크 섬너 교수는 "옷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 가치는 영원히 사라진다"며 "비록 오래된 방식이지만 자선단체에 기부하더라도 그 옷의 가치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구글의 이안 패틴슨은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옷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며 어떤 조건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해 줌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출처= Teemill

투명성을 높이는 블록체인 기술

시장조사업체 민텔(Mintel)의 소매업 애널리스트 사만다 도버는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신의 옷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며 어떤 조건의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끝나는지에 대한 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민텔에 따르면 영국 의류 구매자 중 53%는 옷을 파는 소매업체들이 옷이 어디서 생산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매업체들이 보다 투명해져야 하며 일반 소비자들이 그런 정보를 가능한 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부 회사들은 공급망을 추적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온라인 공개 거래 원장(public ledger)은 영구적이고 변경 불가능한 거래 기록을 생성한다. 모든 거래는 시간이 기록되고 마지막 거래에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나중에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런던의 디자이너 마틴 잘가드는 "블록체인으로 공급 투명성이 가능해지면서 모든 관련 당사자가 책임과 함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잘가드는 프로비넌스(Provenance)라는 기술회사와 협력해 자신이 판매하는 옷에 블록체인 기술을 내장시켰다. 소비자들은 앱에서 제품의 QR 코드만 스캔하면 원재료 생산에서 구매업체까지 옷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우리는 친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실제 약속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오직 사실적인 투명성만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빅 데이터

전세계적으로 수 많은 공급자와 거래자들이 뒤섞여 있는 패션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 회사가 자신의 공급망을 완전히 이해하고 자사의 환경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는 지난 5월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제휴해 회사들이 자사의 생산 과정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추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도구는, 면과 인조견사 의류를 중심으로 수 많은 공급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토양 품질, 물 고갈, 폐수 및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핵심 사항들을 측정할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의 이안 패틴슨 고객 엔지니어링 및 소매 제조 팀장은 "데이터들이 도처에 나뉘어져 있지만 이를 한데 모아 패션 회사와 소매업체들에게 설명하고 지속 가능성 추적의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매업체들이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새 도구를 활용하면 실시간 통찰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