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지난주 1단계 합의에 도달하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미중발 훈풍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또한 상품선물시장 가격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리는 구리의 가격이 최근 들어 급등하면서 위험자산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리는 전력 인프라에서부터 자동차, 건설 등 제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재료로 세계 경제 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한다고 해서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면 구리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간다. 반면 경기가 좋으면 구리 수요는 늘어나 가격이 증가하기 때문에 구리값 급등은 글로벌 건설업, 제조업의 회복을 암시하는 지표가 된다.

1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구리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 상승하며 파운드 당 2.81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5월 초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런던선물거래소에서도 구리 선물은 1% 선에서 급등하며 톤 당 6199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구리 가격은 한 주 사이 7% 치솟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세계 구리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양호한 경제 지표(11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가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유가 상승을 거들었다. 국제유가는 투자심리가 개선됨에 따라 큰 폭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14달러(0.2%) 오른 6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Brent)유도 전일 대비 배럴당 0.12달러 오른 배럴당 65.34달러, 두바이유는 0.62달러 상승한 65.54달러에 마감됐다.

이 밖에 천연가스 선물 역시 장중 3% 가까이 급등했다. 겨울철 난방 연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공급 과잉 우려를 눌렀다.

곡물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 밀 가격이 장중 4% 급등하며 5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옥수수는 11월 1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편 국제 금값은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70센트(0.05%) 하락한 1480.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협상 1단계가 타결됐지만, 투자자들은 신중한 모습을 나타내며 안전자산 수요가 여전해 금값 하락 폭은 제한됐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 따르면 이날 금가격(1g)은 5만5840원을 기록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둔화 여파를 맞아 올 상반기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 하반기 이후로는 우하향 추세를 보였고 이달 들어서도 횡보 중이다.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리츠(REITs) 역시 12월 들어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안전자산이 근래 힘을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영국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을 넘겨 노딜(No Deal)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우려까지 반감돼서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중 무역분쟁의 방향성 전환은 투자심리 개선, 불확실성 완화를 넘어 글로벌 펀더멘털의 턴어라운드 시점을 앞당기고 회복·개선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며 “글로벌 위험자산 추세에 중요 변곡점을 형성하는 계기”라고 판단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당장 전해진 호재 덕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짙은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중 무역협상이 완전한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회복 지연, 위험자산의 상승폭도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