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게이밍 커브드 모니터. 출처=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게이밍 모니터 패널 시장이 내년부터 TV 패널 시장처럼 공급과잉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흐르고 있다. 특히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따라 전략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사율 100Hz(헤르츠) 이상 게이밍 모니터는 올해 전년대비 46% 증가한 760만대가 출하할 것으로 추정됐다. 출하량 기준 TV 시장 대비 3.75% 수준에 불과한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를 이뤄 하나의 틈새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BOE 테크놀로지, CEC-팬더 LCD 테크놀로지, CSOT 등 주요 중국 패널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TV에 이어 게이밍 모니터 시장도 삼성전자·LG전자 '강세'

▲ 지난 11월 지스타2019 LG전자 부스에서 처음 공개한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38GL950G). 사진=황대영 기자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패널 업계의 주요한 시장이 아니었다. 시장의 볼륨부터 패널 제조업체들이 뛰어들기에 너무 작았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대만 업체가 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새 TV 시장에서 과도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게이밍 모니터 시장도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TV 제조업체들도 뛰어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기준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점유율 17.9%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5.0%p(포인트) 성장한 수치다. 또 지난해 3분기 점유율 9.7%(3위)에서 9개월 만에 1위로 뛰어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진출해 3년 만에 기존 제조업체들을 모두 제쳤다. 삼성전자는 주요 게임업체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LG전자도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게이밍 기기를 ‘울트라기어’로 일원화하고 게이밍 모니터, 노트북 등 다양한 IT 기기를 포함했다. LG전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하고 있으며, PC온라인 게임의 고도화에 따른 IT기기 성능 상향에 올라탄 추세다. 특히 LG전자는 올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2019’에 역대 최대 부스로 참가함과 동시에, 신형 게이밍 모니터를 공개했다.

게이밍 모니터 시장이 TV 시장과 다른 점은 바로 시점이다. TV는 다수가 함께 볼 수 있는 기기로 인식되지만, 게이밍 모니터는 바로 앞에 있는 단 한 사람을 위한 제품이다. 이 때문에 TV 시장에서 사실상 사장되고 있는 커브드 모니터 기술이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커브드 모니터는 중앙이 오목한 곡률을 채용함으로써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고성능 게임을 최적의 환경에서 즐길 때 커브드 모니터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진입…내년부터 본격적인 ‘공급과잉’

▲ 지난 11월 지스타2019 B2C관 펄어비스 부스에서 이브온라인 시연 디바이스로 마련된 삼성전자 게이밍 모니터. 사진=황대영 기자

하지만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시장을 잠식한 중국의 ‘저가’ 망령이 게이밍 모니터 패널 시장에도 덮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이밍 모니터 패널 공급은 점점 더 많은 패널 업체가 뛰어들면서 내년부터 시장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BOE 테크놀로지, CEC-팬더 LCD 테크놀로지, CSOT 등이 주요 업체다. 또 재팬디스플레이(JDI), 대만 AUO, 이노룩스 등 다른 제조업체들도 IT 패널 생산을 위해 생산 라인 일부를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현재 23.8인치 및 27인치 모니터 패널에 주력하고 있으며, 내년 출하량이 10~1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BOE는 전 세계 최고 패널 공급 업체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SOT는 현재 21.5인치, 27인치 및 32인치 모니터 패널 라인에서 내년 23.8인치 패널 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CSOT는 내년부터 모니터 패널 출하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대만 AOU와 이노룩스는 5세대, 6세대 라인을 사용해 IT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는 최고 사양 게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LED 백라이트 패널을 개발 중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패널 출하량은 올해 50~6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내년에는 9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내년 게이밍 모니터 증가율 대비 공급량이 초과한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이밍 모니터는 프리미엄 TV에 버금가는 성능으로 상당한 고가를 형성 중이다. 하지만 대량의 중국산 LCD 패널 유입으로 TV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출혈적인 경쟁이 일어날 전망이다. 양사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보수적인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모니터 패널 공급을 늘리는데 신중을 기할 것이며, IPS 기반 게이밍 모니터뿐만 아니라 베젤리스, 중대형 모델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TV 패널 생산 라인을 재정비 중이지만, 게이밍 시장을 겨냥한 포트폴리오 확대와 8.5세대 라인에서 IT 패널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OLED로 재편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게이밍 시장은 하나의 부차적인 시장으로 인식됐다”라며 “하지만 브랜드 제고와 고부가가치 기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게이밍 모니터 시장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