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복이 선보인 식물성 기반 운동화 ‘포에버 플로트라이드 그로우’(Forever Floatride GROW) 런닝 슈즈.   출처= Reebo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올해에는 고기 없는 친환경 식물성 고기 식품이 패스트푸드 업계를 뒤흔들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식물 기반 운동화가 친환경 내구 소비재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디다스 소유의 리복이 2020년 가을 시즌 판매를 목적으로 식물성 기반 러닝 슈즈 플로트라이드 그로우(Floatride GROW)의 디자인을 공개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신발의 윗부분은 주로 유칼립투스(eucalyptus, 오스트레일리아산 나무)로 만들어진다. 바닥은 아주까리씨와 천연 고무로 만들어졌다. 이번 제품은 리복이 면과 옥수수로 만든 식물성 기반 신발 뉴포트 클래식(Newport Classic)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나온 것이다. 뉴포트 클래식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일상 생활용’ 신발이었지, 운동 선수용 신발은 아니었다.  

리복의 매트 오툴 대표는 “그러나 플로트라이드 그로우는 운동 선수들의 강도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내마모성이 뛰어나고 튼튼하다”고 말한다.

오툴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혁신팀의 과제는 플로트라이드 그로우를 이전 식물성 기반 신발인 뉴포트 클래식보다 더 좋게 만드는 것"고 말했다.

"우리는 독자적인 시험 기계로 테스트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신발은 보통의 다른 운동용 신발과 같은 정도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폐기된 신발들이 미국 쓰레기 매립장을 가득 채우는 상황에서, 앞으로 식물성 기반 신발의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주요 운동용품 업체로 식물성 기반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회사는 리복과 아디다스가 유일하다.

미국 내무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약 3억 켤레의 신발이 버려진다. 미 환경보호국은 버려진 옷과 신발을 합치면 2017년 미국에서 발생한 쓰레기 5070만톤 중 약 17.6%인 890만톤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신발업체들이 만드는 신발의 폐기물은 대부분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가죽, 석유 기반 고무로 되어 있으며 자연적으로 분해되려면 평균 25년에서 80년까지 소요된다.

▲ 리복은 2018년에 처음 선보인 면과 옥수수로 만든 ‘뉴포트 클래식’(Newport Classic)이라는 식물성 기반 운동화는 운동용이 아닌 일생 생활용이었다.    출처= Reebok

최근 몇 년 동안, 기후 변화 개혁과 주요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사업 실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생분해성이 강한 신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틈새 시장이 생겨났다.

시장조사회사 그랜드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17년 세계 운동화 시장은 약 643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5년까지 연간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NPD가 올해 실행한 '신발의 미래' 연구에 따르면, 운동화의 주 소비자인 밀레니얼과 Z세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NPD의 스포츠 업계 자문관 맷 파월은 "우리의 조사는 젊은 소비자들은 신발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친환경 윤리에 따라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젊은 소비자들의 35%는 친환경 지속 가능한 신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지속 가능한 신발이 시장 전체를 차지하지는 않겠지만 성장 카테고리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이키도 올해 ‘100% 유기체’로 만든 나이키 에어 맥스 90(Nike Air Max 90)이라는 주문 신발 제품을 제한적으로 출시하면서 식물성 운동화의 첫 발을 디뎠다. 나이키는 평소 환경의식이 투철한 회사로 알려진 영국의 캐주얼복 회사 마하리시(Maharish)와 제휴해 지난 8월에 한 켤레에 150달러나 하는 ‘식물성’ 신발을 선보였다.

이 신발은 그 희소성 때문에 중고제품 소매 사이트에서 한 켤레당 1446달러에 재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나이키는 친환경 지속가능성이 수십 년 동안 회사의 역점 사업이었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최근 연구로 인해 회사가 신발 생산과 판매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지나 2015년과 2016년에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 Peace)는 나이키를 비롯한 몇몇 기업들이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Perfluorinated Chemicals, PFCs)의 사용을 줄이지 않고 있다며 비난한 바 있다.

지난 8월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30개 의류 및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공개한 ‘G7 패션 협약’(G7 Fashion Pact)에 서명자로 참여했다. 나이키는 또 유엔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나이키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포츠 선수들을 위해 존재한다. 지구가 존재하지 못한다면 스포츠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모든 기업들이 전체론적으로 생각하고 솔루션을 혁신하며, 자원 순환의 원칙을 채택해야 합니다."

NPD의 맷 파월은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보다 지속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진 신발을 살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멋지고 잘 팔리는 신발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질에는 기존의 합성 가죽 외에 다른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스타일도 멋있어야 하고 기능성도 떨어지면 안 됩니다. 리복은 신발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아는 회사입니다. 그들이 이번에 새로 만든 신발은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