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이번 실적도 괜찮은데?”

카드사 실적이 발표될 때 마다 나오는 주위 반응이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에 그간 카드사들이 죽는 소리하며 실적 악화 예고를 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실적은 양호한 수준이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2, 3위 업체인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 역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36.4%, 12.5% 상승했다.

누적 순이익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0% 늘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의 누적 순이익도 각각 2.20%, 2.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와 현대카드의 누적 순이익도 각각 7%, 18.80%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전업카드사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하는데 그쳤다. 카드사들이 일명 ‘양치기 소년’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호실적에도 씁쓸한 표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른 수건 짜내듯 비용 절감에 전력을 다하다 보니 그나마 실적을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마저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호실적에는 비용절감 전략과 사업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창출이 주효했다. 혜택이 좋다고 알려진 카드들은 줄줄이 발급이 중단됐다. 카드모집인‧영업점포 수는 물론 무이자할부 서비스도 축소됐다. 올 상반기 전업카드사 7곳의 카드모집인 수는 지난해 말 대비 48.5% 줄었으며, 영업점포 수도 24.8% 감소했다.

대신 자동차금융‧렌탈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신한카드의  경우 올 3분기 할부금융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3%, 리스 영업수익은 54% 늘었다. 연체율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올릴 수 있는 자동차금융 시장은 그간 캐피타사들이 주도해오던 사업이었다.

카드사들은 더 이상 본업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이제 ‘카드사’라는 명칭을 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며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가 부진한 중소형사들의 경우 훗날 존폐위기에 처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이 컸던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30%, 37.80% 감소했다.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리스‧할부업 등 수익성을 위한 부수업들을 무리하게 확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 자산 규모) 규제 탓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 레버리지비율은 6배 이내로 제한돼 있다. 적극적인 영업에도 제한이 따른다는 의미다. 여신전문금융사간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취지로 레버리지비율 규제가 도입됐지만, 아직까지 카드사들의 규제 수준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례로 캐피탈사의 경우 레버리지비율이 10배로 카드사들에 비해 4배 이상 완화된 규제 수준을 적용받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2원을 팔아 1원을 남겼다면, 이제는 4원을 팔아 1원을 남기는 셈”이라며 “당국이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곤 하나, 정작 실익은 미미한 생색내기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최근 10년간 13차례나 이뤄졌다. 카드사 지급결제부문 영업손익은 매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카드사들의 향후 수익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줄지어 내놓는다. 실적 좋다던 카드사들의 실상은 가시밭길이다. ‘양치기 소년’ 카드사들의 속은 타들어 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