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열 전망이다. 16일 가칭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및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획득한 토스뱅크는 이로써 조만간 공식 준비법인인 ‘한국 토스은행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고 본 인가를 위한 인력 구성 및 물적 설비 구축 등의 준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및 케이뱅크로 대표되는 삼파전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 토스뱅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토스

도전과 좌절, 희망의 역사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는 설립 초기 네이버페이와 비즈니스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비바리퍼블리카는 거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의 압박에 “거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서비스와 유사한 방식을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한다면, 결국 스타트업은 힘들 수밖에 없다”며 절박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2016년 1월 1월, 토스가 단일 간편송금 서비스 최초로 누적 송금액 1000억원을 넘어서며 두각을 보인 가운데 8월에는 1조원을 훌쩍 넘겼다. 당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직관적이고 간편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간편 송금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다”며 “소비자 사이에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로 자리 잡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로는 눈부신 진격전이 벌어졌다. 송금을 넘어 결제, 지출관리까지 아우르며 종합 핀테크 허브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으며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와 핀테크 투자사 H2 Ventures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한국 기업 최초로 3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8년 9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2000만건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어 2018년 11월 누적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5000만명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쓰는 국민앱으로 등극했다. 이어 보험 서비스 출시 및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를 거치며 적극적인 외연확장에 나섰다. 올해 7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3000만건을 돌파해 업계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8월 홍콩의 투자사인 에스펙스 및 클라이너퍼킨스 등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6400만달러(약 77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약 22억달러(약 2조7000억원)로 인정받기도 했다. 투자에는 세계적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GIC, 세콰이어 차이나, 베세머벤처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사 역시 함께 투자에 동참해 토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투자를 주도한 에스펙스의 에르메스 리(Hermes Li) 대표는 “금융 서비스 시장의 큰 규모와 성장성은 물론 모바일 금융 분야에 있어 토스의 선도적 지위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토스팀이 토스 서비스를 앞으로 더욱 통합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토스뱅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사..향배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은 말 그대로 ‘인내와 끈기’의 집합체다.

올해 상반기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소식이 알려진 후,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이 합류한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가 출사표를 던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빠르게 움직였다. 신한금융그룹과 협력하며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21일 신한금융그룹이 컨소시엄에서 발을 빼며 토스뱅크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이들은 "업무협약 체결 이후 양사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 및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면서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양사 논의 끝에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이 빠졌으나 토스뱅크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3월 22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강조한 후 이탈하는 다른 주주들을 대신할 새로운 파트너들을 3월 25일 공개했다. 그러나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결과를 반영해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의지는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만반의 준비를 거쳐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10월 로드맵의 윤곽이 나왔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토스가 의결권 기준 34%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로서 이끌게 되며, KEB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가 각각 10%로 2대 주주로서 함께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 외 SC제일은행이 6.67%, 웰컴저축은행 5%, 한국전자인증이 4%로 참여하며, 그 외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 토스의 투자사가 주주로 참여했다. 기존 라인업에서 시중은행 2개가 참여해 자본안정성을 크게 확충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와 연계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금융 소외 계층(underbanked)에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전통 금융권에서 소외되어 온 중신용 개인 고객 및 소상공인(SOHO) 고객에도 집중한다는 대의명분을 구축했다. 여기에 토스의 강력한 핀테크 허브 플랫폼 기능을 덧대는 방식이다.

기존에 발행된 상환전환우선주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hares) 전량을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은 성공했고, 토스뱅크는 이제 현실이 됐다. 토스 이승건 대표는 “토스뱅크는 기존 금융권이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기존에 불가능했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용과 혁신의 은행이 되고자 한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기대와 성원에 혁신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토스뱅크가 단기적으로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을 대상으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초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통해 혁신을 꿈꾸는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토스뱅크의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 양분된 시장도 출렁일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어려움의 연속에 빠진 케이뱅크는 차기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사정이 다르다. 카카오가 대주주의 지위에 오르는 한편 각 영역에서 능력있는 외부인사를 수혈하는 가운데 사실상 최강자의 위치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와의 일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토스

비바리퍼블리카 또 다른 저력...‘직원’

토스뱅크의 등장으로 비바리퍼블리카의 저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동력이 거론되고 있으나, 조직 구성원이 최고의 ‘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뜻은 라틴어로 ‘공화국 만세’라는 뜻이다. 이는 정치적 의미가 아닌 기술적 의미를 담았으며, 혁명으로 대표되는 비전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사명부터 심상치않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근무환경도 상당히 ‘심상치’않다. 오전 11시 자율출근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 마저도 높은 재택근무를 지향하고 있다. 조직은 완벽에 가까운 수평체제며 휴가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최고의 복지인 ‘연봉’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해 초 전 직원 연봉 50%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지난 10월에는 경력직 입사자를 위한 파격적인 정책도 발표한 바 있다. 경력직 입사자가 무조건 전 직장 연봉의 1.5배를 제안받는 시스템이다. 이어 1억원 한도를 기점으로 전 회사 연봉에 준하는 금액을 입사 후 첫 월급날 사이닝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만약 5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생활하다 토스로 이직할 경우 7500만원의 연봉을 제안받는 한편, 첫 월급날에 5000만원이 사이닝보너스로 ‘꽂히는’ 셈이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조직 구성원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적절히 배분하고, 파격적인 보상을 통해 조직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저력이 토스뱅크의 등장에 큰 힘을 더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