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늘 그랬듯’ 올 한해 우리나라 경제는 힘들었다. 긍정적 의미로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2020년에도 경제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멈추지 않는 정치권의 이념 프레임 다툼, 우리나라의 입장이나 결정권이 완전히 무의미해져버린 외교 등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지갑을 닫아버렸다. 총체적 난국이다.

여기에 다른 측면으로 경제에 불안감을 더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몇몇 기업에서는 이미 종료된, 혹은 늦어도 연말 이전까지 계속 발표될 2020년 인사(人事)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미 종료가 된 혹은 앞으로 발표될 주요 기업들의 분위기는 한 단어로 압축이 가능하다. 바로 ‘칼바람’이다. 연간·분기 실적 부진에 직면한 국내 주요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긴축에 들어간 것은 ‘인건비’였다. 

많은 기업에서 대표이사급 임원의 교체, 상무·전무급 임원 승진 누락, 지주회사 인력의 계열사 전환배치 그리고 조직통폐합을 통한 인력의 재배치 등이 이뤄졌다. 임원에게 있어 승진 누락, 전환배치는 곧 연봉의 동결 혹은 삭감이다. 조직통폐합은 부장급 이하 실무 사원들의 연봉 삭감이나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곧 퇴사를 의미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목표는 하나다.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이다.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들은 2020년 인사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고 대대적 조직 통폐합을 실행에 옮겼다. 

기업 입장에서 인력 운영의 효율화는 당연한 선택이면서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선택이다. 임직원의 감축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업의 존속을 위해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의 비용을 줄일 수는 없으니 바로 눈이 가는 것은 인건비다. 그래서 줄인다. 이에 주요 기업들의 인사가 발표되기 전부터 미디어에서는 ‘임원 30% 감축 예고’ 혹은 ‘3년차 이상 대리급 인력까지 조직 재배치’ 라는 등 섬뜩한 예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기업들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을 잘 따져보면 그 중심에는 정부가 있었다. 도무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 규제 안건들, 대외적 상황을 불리하게 이끈 정부의 외교는 각 기업들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겉으로는 민생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정치권력 확장을 위한 의도가 다분했던 정책들은 결론적으로 민생을 빗나갔다. 진짜 문제들에는 관심이 없으니 일시적 군중심리와 감정들을 반영한 ‘말도 안 되는’ 법안들이 통과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이쯤 되면 정부는 해외로 달아나지 않고 버텨 준 국내 기업들에게 감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 주요기업들의 인사 칼바람, 정부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