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그동안 글로벌 투자환경을 좌지우지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훈풍을 기대하면서 내년 반등할 업종과 종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반도체와 더불어 실적 개선 모멘텀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화학, 조선업종 등을 내년 눈여겨봐야할 종목으로 꼽았다.

국내 조선업계는 IMO2020의 내년 적용과 더불어 미중무역 분쟁 해소로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지연됐던 선박 발주도 크게 탄력을 받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의 경우 미중무역 합의뿐만 아니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 조치가 본격화됨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보인다"라며 "실적 개선의 핵심은 액화천연가스(LNG)"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전세계 최대 LNG 수요국인 중국은 2017년 1034억1000만큐빅피트(약315억리터)에 달했던 미국산 LNG 수입 규모를 작년 904억7300만큐빅피트로 줄였다. 미국의 대중 보복관세 25%가 부과된 탓이다. 올해는 8월 기준 105억100만큐빅피트를 수입하는데 그쳤다.

배 연구원은 "미중무역 합의로 LNG의 글로벌 교역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는 조선업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LNG선 시장점유율(MS)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출처=현대차증권

또한 "IMO2020 규제조치도 장기적으로 조선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IMO2020 시행여부에 대한 우려에 대해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강국들이 자국 연안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IMO 규제 적용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시행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혜주로는 삼성중공업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이 추정한 삼성중공업의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10% 증가한 7조9202억원, 영업이익은 1443억원(흑자 전환)이다.

배 연구원은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내년 매출이 전년대비 증가해 고정비 부담이 크게 줄고 수주 수익성이 양호한 해양생산설비 및 액화천연가스(LNG)선 매출 비중이 높아지며 올해 일회성 비용 등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까지 누적 수주액은 71억달러로 예상 매출 7조15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잔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유사는 선박용 저유황유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돼 주가도 급등할 가능성이 높고 조선사는 규제 시행 후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하는 수요가 늘어나 글로벌 선사의 LNG선 발주가 증가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정제관련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고유황 선박유(High Sulphur Fuel Oil·HSFO)는 대개 벙커C 제품군으로 벙커C 수요의 60~70%를 차지한다”면서 “세계 벙커C 수요가 IMO 2020 규제시행과 함께 40~50% 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유황유(Low Sulphur Fuel Oil·LSFO)인 등경유 수요는 최대 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그동안 중질유 등 중간제품을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설비 비중을 높여왔다. 내년 IMO2020 시행에 따라 정유 업체 중에서도 고도화설비를 갖추거나 갖추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등을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2017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설비인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증설 중에 있으며 내년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 설비가 완공되면 하루에 약 4만배럴 규모의 경질유와 저유황유 생산이 가능해져 늘어나는 선박용 저유황유 수요에 대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에쓰오일도 4조8000억원이 투입된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의 정상가동으로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IMO2020 효과에 따라 정제·윤활기유 마진의 구조적 상승세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