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유플러스가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CJ헬로 인수 승인을 받았다. LG유플러스는 당초 계획대로 콘텐츠 제작∙수급과 유무선 융복합 기술개발에 5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CJ헬로도 자사 네트워크에 5년간 6200억원을 투자해 케이블 서비스 품질도 대폭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통신사의 IPTV 업체가 케이블 SO를 품어낸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하현회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조건부 허가..LG유플러스 카드는?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두고 총점 1000점에 727.44점을 매겼다. 여기에 지역성 강화, 공정경쟁, 시청자권익보호, 방송미디어산업 발전, 상생협력 등의 조건을 걸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추진하며 대대적인 투자 로드맵을 발표하는 한편 내년 초 자사 이동전화와 CJ헬로 인터넷 결합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역성을 키우기 위해 5년에 걸쳐 1900억원을 투입하며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현회 부회장은 “통신방송 시장의 자발적 구조개편으로 산업이 활성화 되도록 정부가 CJ헬로 인수를 승인해 준데 대해 환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자사의 CJ헬로 인수를 설득시키기 위한 카드 중 핵심은 알뜰폰 시장 활성화다.

사실 알뜰폰 이슈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가로막는 최대 아킬러스건이었다. 이미 알뜰폰을 사진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며 CJ헬로의 알뜰폰인 헬로모바일까지 가져가면 독행기업의 인수가 성사되며, 이는 용납할 수 없다는 SK텔레콤과 KT의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토론회에서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헬로모바일의 점유율이 1.2%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면서 "헬로모바일을 유지해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와 함께 헬로모바일을 인수하면 1위 기업이 소멸되는 것"이라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LG유플러스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알뜰폰 아킬레스건 지키기에 나선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우선 독행기업이 사라져 요금 경쟁력 약화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CJ헬로는 2013년 약 24%였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는 10% 미만으로 추정된다"면서 "알뜰폰 매출액 증가율 역시 2015년 27%를 상회하다 2016년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지난해에는 역성장(마이너스) 했다. 이를 고려하면 CJ헬로를 현재 독행기업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CJ헬로가 알뜰폰 사업만 남게 되면 현실적으로 이를 인수하여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가장 논란이 된 지점은 1사 1 알뜰폰 불문률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과기정통부는 사업부를 분리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도매대가 인하 등 행태적 조치로 LG유플러스의 손을 들어줬다. 결론적으로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아킬레스건은 지켜졌고, 승부수가 먹힌 셈이다.

지난 9월 LG유플러스가 발표한 알뜰폰 시장 활성화 로드맵이 과기정통부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중소 MVNO 사업자들의 단말 구매, 전략상품 출시, 서비스 유통 등을 위해 다양한 영업활동 지원책을 펼치는 한편 알뜰폰 유통망 확대를 위해 유심카드 전용 판매대를 오는 10월까지 LG유플러스 전국 2200여개 직영점 및 대리점에 구축하며 고객의 알뜰폰 유심 구매 편의성을 높이고 즉시 개통을 위해 알뜰폰 유심카드를 1시간 내 배달하는 카드도 꺼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독단적인 플랫폼 경쟁을 키우고, 무엇보다 케이블의 지역채널 본능을 지키겠다고 밝힌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전략적 카드가 과기정통부의 조건부 승인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논란은 여전
LG유플러스가 알뜰폰 활성화, CJ헬로 독단적 경쟁력 키우기, 케이블의 지역성 제고라는 3대 가치를 통해 조건부 승인을 끌어냈으나 여전히 우려는 나오고 있다.

먼저 알뜰폰 이슈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상생안이 과기정통부의 허가를 받았으나, 여전히 경쟁사에서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아직 이와 관련된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통신 중심의 과도한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 현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품으며 순식간에 2대 유료방송 사업자로 군림하게 되며,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 인수를 마무리하면 통신사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80% 중반으로 치솟는다. 

유료방송의 패권이 IPTV에 넘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통신사 중심의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이 고착화되면 시장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들이 덩치를 키우는 가운데 국내 미디어 업계도 뭉쳐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그러나 역시 시장 다양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케이블의 지역성 말살 논란도 커지는 중이다. 

방송통신공공성강화공동행동은 과기정통부의 조건부 승인을 두고 "일자리, 지역성 관련 승인조건은 LG유플러스가 셀프 심사를 한 것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LG안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면서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지역채널 정체성 확보 및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다양한 계획을 제시하여 지역성 강화 의지는 반영되었다고 상찬했다. 그러나 그 계획이란 고작 향후 5년간 지역채널 투자액을 490억원 증액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CJ헬로와 LG유플러스가 동일 기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조 1,239억원, 2조 6,723억원에 비하여 턱없이 적은 액수이다. 연간 98억원은 연평균 콘텐츠 투자액의 1%에도 못 미친다"면서 "CJ헬로가 운영하는 지역채널은 24개(2017년 기준)로 채널당 투자액은 연 4억원 수준밖에 안 되며, 이마저도 콘텐츠에 투자될지 미지수다. 지역독점사업자를 인수하여 막대한 사적이익을 챙겨가면서 지역에는 부스러기 정도 떼어주겠다는 안에 과기정통부가 손을 들어 준 것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