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8년생인 갑(甲)은 1940년 10월 1일 을(乙)과 혼인하여 슬하에 9명의 자녀(이하 청구인이라 합니다)를 두었음에도, 1971년 초에는 을(乙)과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중에도 사실혼으로 1944년생인 병(丙)과 만나 슬하에 A, B 2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이후 을(乙)은 1984년 7월 26일 사망하였고, 을(乙)이 사망한 후 3년이 채 되지도 않은 1987년 5월 16일 갑(甲)과 병(丙)은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병(丙)은 갑(甲)이 2008년 3월 1일 사망할 때까지 갑(甲)소유의 주택에서 같이 살았고, 갑(甲)이 병에 걸려 간호하는 기간 동안 병(丙)은 물론 A, B도 별다른 직업 없이 전적으로 갑(甲)의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였습니다. 물론 간호비용 역시 상당부분 실질적으로 갑(甲)의 수입이나 재산에서 충당을 하였고, 오히려 갑(甲)으로부터 재산을 거의 물려받지 못한 청구인들과 달리 병(丙), A, B는 갑(甲)이 사망할 경우 자신들이 물려받을 수 있는 상속분 이상의 재산을 이미 갑(甲) 살아생전에 모두 사전증여를 받았습니다. 이에 청구인들은 갑(甲) 사망 이후 병(丙), A, B를 상대로 상속재산을 분할해 줄 것을 청구하였습니다.

전처 소생 자녀들과 후처인 계모, 계모가 낳은 이복형제 간의 상속재산분쟁은 얼핏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실무적으로는 적잖은 비율로 자주 만나게 되는 사건유형입니다. 기본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은 유언이 있다면 유언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지만(민법 제1012조), 유언으로 정한바가 없다면 협의에 의하여야 합니다(민법 제1013조). 그러나 문제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른바 ‘두 집 살림’ 사건에서는 전처 소생 자녀들과 후처인 계모 혹은 계모가 낳은 이복형제 간 감정이 좋지 않아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소송을 통해 상속재산을 많이 물려받지 못한 쪽에서 상속재산을 많이 물려받은 쪽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역시 갑(甲)이 살아있을 당시 재산을 갑(甲)으로부터 재산을 거의 증여받지 못했던 청구인들이 상대적으로 재산을 많이 물려받은 병(丙), A, B를 상대로 재산분할청구를 한 것인데, 이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된 쟁점들은 이 같은 유형의 사건들에서 매우 전형적으로 주장되어지는 것이어서 상속재산분할 소송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우선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기에 앞서 확인해야 할 것은 누가 상속인이며 각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비율은 어떠한지, 그리고 각 상속인별 구체적 상속분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선 이 사건의 상속인은 상속순위 1순위인 ‘직계비속’에 해당하는 갑(甲)과 을(乙)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인 청구인들 9명과 갑(甲)과 병(丙)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인 A, B, 그리고 1순위 상속인과 동순위인 후처이자 계모인 병(丙) 등 총 12명입니다(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003조 제1항). 다만 법정상속비율의 측면에서 갑(甲)의 배우자였던 병(丙)이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비해 5할 더 가산하여 상속받게 되므로, 병(丙)이외 다른 공동상속인 11명은 상속재산의 2/25(= 2 X 11 + 3 X 1)씩, 병(丙)은 3/25(= 2 X 11 + 3 X 1)의 비율로 상속받게 됩니다(민법 제1009조 제2항).

한편 상속인별로 상속재산분할청구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상속받게 되는 구체적 상속분은 갑(甲)이 사망할 당시 갑(甲)의 명의로 되어 있던 ‘상속가액’과 각 상속인이 갑(甲)이 살아 있을 당시 갑(甲)으로부터 미리 받은 ‘특별수익’, 갑(甲)이 살아 있을 당시 갑(甲)을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갑(甲)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갑(甲)의 재산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는데 특별히 기여한 경우에 인정되는 ‘기여분’에 의해 결정되는데, 구체적 상속분에 대한 산정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구체적 상속분 = {상속가액 + 각 상속인들이 갑(甲) 살아생전에 증여, 유증 받은 특별수익의 합계액} X 법정상속비율 – 각자의 특별수익

다만, 기여분은 구체적 상속분 산정 이전에 미리 떼어둡니다.

쉽게 말해 구체적 상속분은 공로가 있는 상속인에게 더 주고, 미리 재산을 가져간 상속인은 가져간 만큼을 남은 재산에서 빼 상속분을 계산한 것인데, 가령 기여분이 인정되는 공동상속인에 대해서는 그 인정되는 만큼을 상속재산에서 가장 먼저 떼어 주고, 남은 재산을 공동상속인들이 각자 상속분에 따라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해당 상속인이 갑(甲) 살아생전에 증여, 유증 받은 것(특별수익)이 많다면, 상속재산분할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상속받게 되는 구체적 상속분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다시 이 사건 판례로 돌아와 보면, ‘상속가액’, ‘법정상속비율’이 얼마인지, 그리고 병(丙), A, B가 나머지 공동상속인인 청구인들에 비해 갑(甲) 살아생전에 증여, 유증 받은 ‘특별수익’이 훨씬 많았다는 점은 사실관계로서 확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는 청구인들이 상속받을 구체적 상속분이 병(丙), A, B가 상속받을 구체적 상속분보다 더 많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에 병(丙), A, B는 자신들이 갑(甲)이 사망하기 전까지 간호한 사실을 들어 ‘기여분’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자신이 갑(甲) 살아생전에 증여, 유증 받은 특별수익은 많지만, 갑(甲)의 사망 전까지 자신들이 갑(甲)을 간호하였으니, 그에 대한 ‘기여분’이 별도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병(丙), A, B의 ‘기여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록 병(丙)이 갑(甲)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병(丙) 역시도 중병에 걸려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이는 통상 부부로서 마땅히 이행해야 할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병(丙)이 처(妻)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