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파격적인 보장으로 보험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던 유사암‧치아보험 등의 가입금액이 줄줄이 줄어들고 있다. 보험사들은 그간 출혈경쟁으로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리스크가 높아지자 보장성을 축소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험영업적자에 시달리는 보험업계가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활용한 막바지 절판마케팅도 성행하는 분위기다.

MG손해보험은 오는 16일부터 ‘55세 이하’ 유사암 진단비 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어린이보험의 전 연령 유사암 진단비도 현행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변경된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도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한다. KB손해보험은 지난 9일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을 3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렸다. 업계누적 가입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였다.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어린이보험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을 3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렸다. 간편보험의 61~70세 구간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은 500만원으로 축소했다.

치아보험 보장도 줄어들고 있다. KB손보는 지난 9일 치조골을 포함한 치아보철 가입금액을 2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렸다. 업계 누적 가입한도 역시 4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줄였다. DB손보도 지난 2일 보철치료비 업계 누적 가입한도를 4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축소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업계누적 가입한도를 250만원으로 내렸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부리나케 보장을 줄이고 있는 담보들은 과거에도 손해율 악화 위험이 높아 상대적으로 가입금액이 미미했던 상품들이다.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 등의 유사암은 일반암 대비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적게 들어 통상 진단비 보장이 일반암의 10~20% 수준이었다.

치아보험도 통계 데이터가 부족해 손해율 우려가 있던 상품으로 거론돼왔다. 한국신용정보원 역시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치과치료 보험금 청구·지급 증가에 따른 손해율 및 민원 관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이 잇달아 보장을 축소한 운전자보험 자동차사고부상 담보도 손해율 리스크가 큰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자부상 담보 보장 금액을 10~20만원 가량 줄줄이 줄였다. 자부상 담보는 자동차 사고시 부상 등급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보험사별로 중복가입이 가능하고 경미사고에도 보험금을 탈 수 있어 도덕적해이 우려가 크다.

손해율 리스크가 높은 담보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보장을 늘려왔던 것은 포화된 보험 시장 속 미래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기조에 시장 점유율 쟁탈전이 이어지다 보니 상품 보장성은 반짝 높아졌으나, 그에 따른 손해율 뒷감당도 감수해야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실제로 지속된 출혈경쟁에 사업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보험영업적자 폭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보사 올해 3분기 누적 보험영업손실은 3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1조8000억원 대비 106.2%나 증가한 규모다. 장기보험 손실규모도 1조1000억원(4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 줄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장을 경쟁적으로 늘리다보니 손해율 관리가 필요해진 시점이 온 것”이라며 “다만, 연말이 되면서 막바지 절판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보장을 어느 시점까지 축소한다고 공시하고 시기를 지속 연장하는 방법으로 영업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