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는 USMCA가 미국 국내 생산의 실질적 증가를 촉진하고 향후 5년 동안 미국에서 7만 6000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출처= VallartaDail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행정부가 추진한 새 북미무역협정이 “미국의 일자리 유출을 막고 더 많은 자동차들이 ‘미국산’(Made in the USA)이라는 아름다운 인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민주당과 트럼프 행정부가 새 협정안에 합의함으로써 미국 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법제화될 것이 확실해진 가운데, 애널리스트들과 노조들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거창한 약속이 이행될 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선임연구원이자 시러큐스대 (Syracuse University) 경제학과 교수인 메리 러블리는 "과연 새 협정이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전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것은 경제학의 매우 어려운 교훈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요소들이 있으니까요.”

러블리 교수와 그 외 다른 전문가들은 “문제는 고용을 늘리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방식의 많은 조항들이 오히려 자동차 제조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이 높아지면 결국 수요와 일자리는 줄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새 협정이 일자리를 더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새 협정에는 모든 자동차 부품의 75%는 북미에서 생산된 부품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62.5%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새 협정은 또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의 40%내지 45%는, 멕시코 공장의 현재 임금보다 훨씬 많은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있다. 미국 자동차 노조연합(UAW)은 최근 GM등 자동차 회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조립라인의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32달러까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 협정이 미국 국내 생산의 실질적 증가를 촉진하고 향후 5년 동안 미국에서 7만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가 민주당의 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몇몇 조항을 수정해 미국노동총연맹(AFL-CIO)의 동의를 받아냈지만 정작 자동차 업계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들은 정부의 예측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제기계항공노동자연합(IAMAW)가 지난 10일, 새 협정이 자동차 회사들의 외주 행위(outsourcing of jobs)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자 UAW도 다음날 바로 거들었다.

UAW는 "아직 협정의 최종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정부 약속대로 USMCA가 멕시코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들어오게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새 협정이 최소한 추가 출혈을 막아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회사 더커프런티어(DuckerFrontier)의 라이언 코넬리 에널리스트는 “새 무역 협정이 자동차 산업에 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산업이 더 효율적이고 자동화됨에 따라, 새 협정은 기껏해야 예상되는 추가 손실을 막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 그러나 전문가들은 USMCA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세 나라의 자동차 생산 비용만 증가시켜 북미 자동차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美 상공회의소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브라이언 라인볼드와 이 웬 연구원들도 지난 3월 “USMCA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세 나라의 자동차 생산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썼다.

"USMCA가 자동차 교역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북미 자동차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USMCA의 새로운 조항들은 그동안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중국과 다른 나라에 수출하던 자동차 회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BMW는 이미 자사의 인기 SUV X3의 생산 기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Spartanburg)에서 중국으로 옮겼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원들도 연준 연구원들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지난 4월, 새 협정의 잠재적 결과에 대한 거의 4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도 새 협정이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혼재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임금,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조달에 관한 조항들로 인해 약 2만 8000개의 자동차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한 비용 증가로 자동차 판매가 14만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자동차회사들이 새 협정에 따라 자동차를 북미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차라리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NAFTA 하에서는 무관세였지만)를 감당하며 이 협정을 완전히 피해 나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협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일자리 증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거의 없지만, 어쨌든 업계 관계자들은 민주당과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에 도달했다고 안도감을 표시했고, 앞으로 몇 주 안에 미 의회는 새 협정안을 비준할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 25년 동안 세 나라에 흩어져 있는 공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에 지속성과 확실성은 자동차 산업에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북미 지역에서의 무관세 교역이 너무 확고히 정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은 이 지역에서 매우 통합되어 있는 산업이다. NAFTA하에서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생산 과정에서 캐나다, 미국, 멕시코를 수 차례라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NAFTA를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부르며 일방적 탈퇴를 경고하면서 NAFTA의 지속성에 위협을 가한 것이다.

중고차 시세 및 거래 사이트 오토트레이더(Autotrader)의 미셀 크렙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 중 거의 4분의 1이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우리는 오래 동안 유지되어 온 NAFTA를 기반으로 수십 년 동안 이 공급망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제 새 협정 하에서 세 나라의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GM은 성명을 통해 새 협정의 조속한 비준을 바란다면서 “새 무역협정이 발효돼 불확실성이 제거돼야만 회사가 안심하고 투자하고 부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