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19년은 단연 ‘최고경영자(CEO) 작별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 코칭 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 & C)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11월에 148명의 CEO들이 자리를 떠났다. 올해 안에 떠나는 CEO가 5명만 더 생기면 사상 최고를 기록하게 되는데, 사실 우리는 12월에도 몇 명의 CEO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사상 최고 기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유나이티드항공, 글로벌 온라인 여행 웹사이트 익스피디아(Expedia), 피트니스 회사 소울사이클(SoulCycle)의 CEO들이 최근 몇 주 동안 회사를 떠나며 올해 내내 이어진 미국 기업들의 CEO 엑소더스 행진을 이어갔다.

CG & C의 앤드류 챌린저 부사장은 “올해 미국 기업에서 CEO 사임이 그렇게 많았던 이유는 몇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 중 하나는 역설적이지만 미국 경제가 튼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능력 있는 현직 CEO들을 유혹하는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생겼지요. 또 다른 이유는 무역과 규제를 둘러싼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이 거의 모든 산업을 혁신시키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도덕적 시민의식과 주주들의 실적 기대에 미치지 못함으로 인한 불명예 퇴진도 한 몫 했다.

▲ 지난 10월 한 달간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아담 노이먼(우), 전자담배업체 쥴랩스의 케빈 번스, 스포츠의류업체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40년간 나이키에 몸담았던 마크 파커(좌)에 이어 스티브 이스터브룩 맥도날드 CEO(가운데)까지 172명의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며 월 기록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CNN 캡처

특히 지난 10월은 가장 혹독한 달이었다. 지난 10월 한 달간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아담 노이먼, 전자담배업체 쥴랩스의 케빈 번스, 스포츠의류업체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40년간 나이키에 몸담았던 마크 파커에 이어 스티브 이스터브룩 맥도날드 CEO까지 172명의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며 월 기록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에도 CEO 사임 행진은 계속 이어지며 148명이 자리를 떠나면서, 올 1월부터 11월까지 회사를 떠난 CEO의 수는 1480명으로 집계돼 11개월 동안의 수치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연간 기록으로 사상 최고치는 2008년 경제위기 당시 1484명이었다. CG & C는 2002년부터 CEO의 이동을 추적해 왔다.

이와 관련해 아마도 최근 가장 큰 뉴스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회사인 알파벳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일 것이다. 알파벳의 CEO를 맡고 있는 래리 페이지는 자신이 물러나고 구글의 CEO인 선다 피차이가 두 회사를 동시에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알파벳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이 자리는 아예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에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하고 구글을 분리시키면서 알파벳을 경영해 오던 브린과 페이지는 블로그를 통해 "이제 우리의 경영구조를 단순화시킬 자연스러운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 알파벳의 CEO를 맡고 있는 래리 페이지(가운데)는 자신이 물러나고 구글의 CEO인 선다 피차이(좌)가 두 회사를 동시에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우)도 알파벳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이 자리는 아예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OBN

지난 주에는 유나이티드항공이 오스카 무노즈 CEO가 내년 5월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며 스콧 커비 대표이사가 CEO를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익스피디어도 11일 회사 전략에 대한 이견으로 마크 오커스트롬 CEO와 앨런 피커릴 CFO가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오커스트롬 CEO는 다라 코스로샤히가 2017년 우버 CEO로 떠난 후 이 자리에 취임했었다. 익스피디어는 배리 딜러 회장이 당분간 일상적인 운영을 감독하고 이사회가 장기 리더십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울사이클의 멜라니 웰란 CEO도 지난 달 사임을 발표했고, 미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 (Brooklyn Nets)의 데이비드 레비 CEO는 부임 두 달도 채 안 돼 CEO에서 물러났다.

또 숙박공유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의 벨린다 존슨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지난 달 사임을 발표하면서 이사회에는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에어비앤비는 뉴욕 등 몇몇 시 정부와 세금과 임대 규칙에 대한 규제 압박을 받고 있다.

CG & C의 챌린저 부사장은 "최고경영자의 전문적, 개인적 생활에서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회사의 명성에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경우는 사임을 발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CG & C는 올해 자리를 떠난 CEO 중 284개가 상장기업이고 1196개는 비공개회사 또는 공공기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