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가 11일부터 서울 일부지역에서 베타 서비스에 돌입한 가운데,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쏘카 VCNC 타다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 소위 타다 금지법이 빠르게 논의되는 가운데 여기에는 플랫폼 택시 법제화를 위한 내용도 담겨있어 향후 국내 모빌리티 시장 향배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벤티가 등장했다. 출처=카카오

벤티와 타다, 같고 다름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와 VCNC의 타다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비슷한 지점은 11인승 승합차 기반의 콜 서비스라는 점이다. 나아가 승객 입장에서도 크게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카카오T 앱이나 타다앱을 통해 차량을 부르면 도착하고, 두 서비스 모두 쾌적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두 서비스의 비슷한 점은 큰 틀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다른점이 많다.

먼저 가격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는 기본요금이 4000원이며 타다는 4800원이다. 탄력요금제를 일부 적용하는 것은 동일하다. 또 차량의 경우 동일한 11인승 승합차지만 벤티는 차종이 스타렉스고 타다는 카니발이다. 다만 벤티의 경우 추후 카니발을 운영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대수도 당연히 차이가 난다. 2018년 10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타다 베이직 기준 1500대지만, 벤티는 일단 100대로 시작된다.

두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드라이버에서 갈린다. 벤티는 택시기사가 운전대를 잡지만 타다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두 서비스의 근원적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통해 콜택시, 주차,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한 후 생태계 보완을 위해 카풀을 점지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카풀 업체 럭시까지 인수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에 달했고, 올해 4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하며 사실상 카풀 서비스를 포기하며 타다와 비슷한 11인승 승합차 모델로 선회했다. 결국 택시업계의 손을 잡고 모빌리티 혁명에 나서는 길을 택했고, 지금은 국내 최대의 택시회사로 발전하고 있다. 확보한 택시면허 숫자만 892개며, 연말까지 1000개 돌파가 유력하다. 택시업계와의 협력으로 탄생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 드라이버가 '택시기사'인 이유다.

타다는 출발부터 다르다. 카풀 분쟁을 거치며 카카오 모빌리티가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시작부터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은 모델로 가동됐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운전대를 잡는 긱 이코노미의 전략을 따르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전형적인 온디맨드 플랫폼이 보여주는 어두운 구석도 많다는 약점도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도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온디맨드 플랫폼이지만 플랫폼이 사실상 공급자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 타다는 플랫폼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와 느슨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급자 측면에서는 노동법과 관련된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아 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이다.

▲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이 VCNC 타다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일단은 적이다
VCNC 타다가 시동을 걸던 2018년 10월, 카카오 모빌리티는 한창 카풀 논란으로 택시업계의 맹공을 당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타다 서비스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던 날 택시업계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바 있다. 그때만 해도 택시업계의 주적은 카카오 모빌리티였으며 타다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당시 택시업계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앞 1인 시위장에서 기자를 만나 "일단 카풀을 주장하는 카카오 모빌리티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면서 "타다는 어떤 모델인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타다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택시업계에서 빠르게 등장했으나, 2018년 하반기만 해도 택시업계의 관심은 카풀에 꽂힌 카카오 모빌리티였다.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다. 당장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성 압박이 강하게 들어오던 상황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하는 지경에 몰렸다. 무엇보다 타다가 초반 호평을 받으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자 초조함은 배가됐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올해 초 택시업계의 손을 잡은 이유다. '무조건 반대'만 외치며 강경투쟁을 이어가던 택시업계와 대화 자체가 어려운 상태에서 정부도 갈팡질팡이었다. 카카오 모빌리티에게는 대안이 없었고, 길은 하나였던 셈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은 후,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플랫폼 택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할 즈음 상황이 또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택시업계와 만난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을 사실상 포기하며 아예 택시회사로 변신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택시업계의 화력은 타다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7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발표하며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는 타다에 대한 압박을 키웠고, 여기에 타다가 반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정부는 택시업계와 손을 잡지 않으면 타다의 모델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이 빠르게 입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구사업과의 상생'이 없으면 타다 비즈니스는 불법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10일 브리핑을 통해 “택시 업계와 갈등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날을 세웠다. 타다가 혁신이라는 VCNC의 주장에 선을 긋는 한편, 택시와의 상생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떼’만 쓰고 있다는 비판이다.

VCNC는 이러한 정부의 주장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정부가 택시와의 협력만 강요하는 모빌리티 실험만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VCNC 서비스가 종료될 수 밖에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10일에는 타다 이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국회에 보낼 청원서를 모집하는 등 강력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논의를 벤티와 타다로 좁혀보면, 두 서비스는 당분간 적일 수 밖에 없다. 

타다가 초반 시동을 걸며 시장 장악에 나섰을 때 카풀 논쟁의 늪에 빠진 카카오 모빌리티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타다에 시장을 빼앗긴다"는 절박함이 맴돌았고, 이러한 정세판단이 택시업계와의 협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신경전도 있었다. 4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등장한 후 정부의 분명한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자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함께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성명서에는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한 문구가 나와 논란이 됐다. 실제로 5월 23일 발표된 양측의 성명서를 보면 "정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불법적인 유사 택시업종의 여객운송 질서를 문란 시키는 행위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어 왔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한 택시업계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며, 여기에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름을 올린 셈이다.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러한 주장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성명서가 발표된 직후 최바다 티제이파트너스 대표(럭시 전 대표, 당시 카카오 모빌리티 이사)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플랫폼 택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누군가 '타다 모델이 아닐까?'라는 짐작을 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최근까지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을 보면, 일단은 동지보다는 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박홍근 의원실 법안을 두고 타다 금지법이라는 프레임이 등장하는 한편 VCNC가 강하게 반발하자 카카오 모빌리티 내부에서 "타다 금지법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해당 개정안이 플랫폼 택시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중요한 법안인 것도 알아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장면이 단적인 사례다.

여기에 두 서비스 모두 11인승 승합차 모델이기 때문에 겨냥하고 있는 시장도 동일하다. 승객 입장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 택시기사들이 카풀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어떤 흐름을 보일까?
벤티의 등장으로 택시업계를 우군으로 삼아 정부의 신임까지 얻은 카카오 모빌리티는 쾌속질주를 거듭할 전망이다. 당초 10월 벤티를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 추이 및 택시업계와의 협업 등으로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에서 "이제는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기류가 엿보인다. 법적인 문제도 없는데다 '라이언'이라는 강력한 IP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타다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눈부신 전격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실의 소위 타다 금지법이 타다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흔드는 가운데 이 틈을 노려 11인승 승합차 중심의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방대한 생태계는 가장 강력한 '검'이다.

이미 카카오 모빌리티는 주차와 택시, 내비게이션, 대리운전이라는 4개의 '검'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웨이고를 포함해 벤티까지 카카오T앱에 넣으며 촘촘하고 강력한 플랫폼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각각의 서비스가 시너지를 일으키면 '이동하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다. 

카카오T바이크부터 주차와 내비, 대리운전, 택시, 벤티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라인업에 승객이 한 번 발을 디디는 순간 '빠져나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나아가 카카오의 강력한 전체 생태계로 사용자 경험이 확장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장악한 상태에서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와 카카오머니 및 카카오뱅크의 핀테크 역량, 카카오톡의 메신저 기능까지 합쳐지면 완전무결한 카카오 제국을 건설할 수 있다.

약점도 있다. 벤티로 논의의 틀을 좁혀보면, 과연 타다 수준의 승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한 때 카풀 논쟁이 불이 붙었을 무렵, 택시기사들의 불친절함과 낮은 서비스가 문제가 되었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안전한 입지를 가진 긱 이코노미의 타다 드라이버가 아니라 회사에 소속된 택시기사들이 벤티의 운전대를 잡는 상황에서 얼마나 승객들의 호평을, 그것도 초기에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최근 압박이 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성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체 동력이 흩어질 수 있고, 무엇보다 법인택시 회사들이 수익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면허를 모으는 한편 각각의 택시회사들을 포섭하며 그들의 다양한 요구조건에 골머리를 앓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는 그 자체로 리스크다. 마지막으로 전체 카카오 생태계와의 연결 및 서비스 안착에 있어서도 불안요소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타다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의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타다 베이직 증차도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2018년 10월 카풀 위기에 발목이 잡힌 카카오 모빌리티가 지지부진한 사이 타다가 질주했던 상황에서, 이번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총선 정국을 앞두고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 처리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여론을 바탕으로 판을 뒤집어야 하지만 벤티의 등장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하다. 만약 벤티가 타다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면 '국민이 타다를 원한다'는 VCNC의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VCNC도 타다 프리미엄처럼 택시와 협력하는 모델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11인승 승합차의 타다 베이직 로드맵을 지키면서 택시업계와의 연결고리를 활용한다면, 추후 급격하고 강제적인 비즈니스 모델 변화의 시대가 올 경우 플랜B를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다. 물론 최선의 시나리오는 타다 베이직 모델을 지키는 것이다.

파트너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벤티와 타다가 함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택시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작동되는 벤티도, 그렇지 않은 타다도 함께 가동되며 시장의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일각에서 조심스러운 '장기적인 파트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카카오 모빌리티를 비롯해 VCNC를 제외한 모든 ICT 기업들이 택시와 손을 잡은 상태"라면서 "만약 벤티가 초반 흥행에 실패하고 총선 정국을 거치며 타다에 대한 불법성 측면의 새로운 해석이 나온다면, 두 서비스가 전격적인 시장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는 그 자체로 저력있는 모델이며, 지금 상황으로는 타다의 불법성 논란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쏘카 대표와, 카카오 모빌리티가 함께 시장에서 건전하게 달리며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나온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