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2020년에도 연구개발(R&D) 역량을 지속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출처=한미약품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이 개발한 당뇨치료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완료 후 판매를 담당할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다. 사노피는 최고 매출 10조원을 기록한 당뇨 치료제 ‘란투스(인슐린)’를 보유했지만 차세대 파이프라인 발굴에 실패하면서 당뇨사업부 대신 항암 분야 신약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자 사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사노피가 판매 파트너를 찾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사노피와 한미약품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있다. 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은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노피, 에페 임상 3상 완료 목표…계약 변경 없어

12일 업계에 다르면 사노피는 지난 9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후 최근 사업 전략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당뇨와 심혈관질환 분야 신약개발 연구를 중단하고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위주로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사노피는 당뇨 부문 유일한 3상 파이프라인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은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파이프라인 개발 타임라인이나 성공 확률 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 한미약품 파이프라인. 출처=하나금융투자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 신약후보물질을 한미약품에 반환하지 않고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되는 임상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결정한 점은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풀이된다. 사노피는 지난 6월 R&D 재편에서 렉시콘으로부터 도입한 당뇨병 치료제의 권리를 반환했지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을 지속하기로 했다. 사노피는 2021년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사노피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효과적인 판단을 했다고 보고 있다. 당뇨 치료제 중 GLP-1 유사체 시장이 경쟁이 심화된 것이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노피 결정은 상업적인 부분에서 이뤄진 것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R&D 역량 2020년에도 지속 선보일 듯

에페글레나타이드 기술반환에 대한 우려는 지속했었지만 판매사 변경이라는 방침에 따라 불확실성은 일단락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 R&D 모멘텀에서 대부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에 더 이상 잔존해 있는 악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포지오티닙 임상 2상 결과 발표와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 임상 1상 완료 후 기술이전에 대한 가능성 등이 한미약품의 R&D 역량을 내보일 수 있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꼽힌다.

▲ 한미약품 주요 파이프라인. 출처=한미약품

포지오티닙은 암세포 성장 수용체인 EGFR과 HER-2의 과발현 또는 유전자 변이에 따라 발생하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표적 항암신약이다. 이는 EGFR 및 HER2 엑손20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다. 시장 분석기업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이다.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다. 2018년부터 각종 글로벌 학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문이 발표되는 등 임상이 순항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임상 1상 결과와 기술 이전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면서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 임상 1상 데이터는 2020년 1분기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미국 혈액학회 참가자들이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항암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출처=한미약품

한미약품은 혈액암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 구축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혈액학회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HM43239’의 임상개발 현황에 대해 포스터로 발표했다. HM43239는 AML 환자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FLT3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강력한 FLT3 억제제다.

한미약품은 전임상 연구를 통해 FLT3 돌연변이 및 야생형 AML 세포주에서 HM43239의 항종양 효과를 확인했다. 이 기업은 재발성 및 불응성 AML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사람 대상의 첫번째 임상(First-in-human)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또 HM97594(EZH1/2 dual inhibitor)의 전임상 연구결과 1건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HM97594은 종양 억제 유전자의 전사(轉寫·transcription)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 EZH2와 이의 상호 보완적 동소체인 EZH1을 동시에 억제하는 전임상 단계 항암신약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이 순항 중이다. 꾸준히 임상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면서 “R&D도 R&D지만 본업 의약품 판매에서 실적도 내고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권세창 사장은 “한미약품은 혈액암 분야에서도 신약 파이프라인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면서 “끊임없는 R&D를 통해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