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또 터졌다. 이번에는 당뇨병 치료약에서 발암물질 검출 소식이 전해졌다. 위장약 원료인 '라니티딘', '니자티딘'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발암물질 공포가 국내 제약업계를 뒤덮고 있는 분위기다. 아직은 작은 의심에 불과하지만 불순물 검출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기대처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식약처의 판단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최근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3개 제품에서 발암 추정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면서 회수 처분을 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도 현재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제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역시 전체 합성 원료의약품을 대상으로 NDMA 등 불순물 자체 검사를 지시했다. 다행히 싱가포르에서 문제가 된 3개 제품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발암물질 공포는 여전히 확산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메트포르민의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메트포르민을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이 없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처음 당뇨병 약제를 먹는 초기 환자부터 중증 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처방받는 기본 약제다. 당뇨병 환자의 약 80%가 복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품목도 단일제에서 복합제에 이르기까지 수백 개에 달한다.

국내에 유통되는 당뇨병 치료약에도 메트포르민이 널리 쓰이고 있어 불순물이 검출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제약업계는 고혈압 치료제 원료인 '발사르탄'과 위장약 원료인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으로 인해 발암물질 공포에 시달릴 만큼 시달렸다. 뒷북행정을 일삼는 식약처의 무책임한 대응이 발암 공포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식약처는 매번 선진국 규제 당국의 유해성 발표를 지켜본 뒤 거의 비슷한 조치를 내놓았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을 다루는 식약처가 선진국의 위기 대처 방안을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식약처는 지난 9월 말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며 원료 의약품 269개 품목에 대해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앞서 미국과 유럽에서 라니티딘 관련 발암물질 검출 보도가 나왔지만, 식약처는 1차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 검출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열흘 만에 국내 유통 제품 수거 검사 후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니자티딘 역시 일본에서 일부 업체가 자체 조사를 실시해 제품을 자진 회수한 뒤에야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우리나라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의 위기 대처 능력에 의문 부호를 던지는 까닭이다.

식약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 FDA 대비 부족한 인력으로 수많은 의약품의 허가 심사와 사후 관리를 전담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식약처가 맞닥뜨린 현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저 의약품 허가를 내준 정부기관을 믿고 약을 복용할 뿐이다. 여전히 뒷북 행정을 벗어나지 못한 식약처를 믿어도 될지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