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A30, 애플 아이폰9. 출처=각 사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미드레인지(중급)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 성능 경쟁에 이어 중저가인 미드레인지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초저가 부분에서 단가 경쟁으로 JD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등으로 볼륨을 전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미드레인지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 상승을 노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A시리즈...준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부터 새로운 폼펙터 갤럭시폴드까지 출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수성에 미드레인지 라인업이 사실상 견인했다. 그런 미드레인지 라인업은 갤럭시A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준하는 성능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까지 합리적인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하는 미드레인지 부분에서 더욱 강화하고 있다. A시리즈를 통해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에 대응함과 동시에, 경쟁사보다 우월한 성능을 토대로 전체적인 ‘갤럭시’ 브랜드 가치 제고에 일조하고 있다. 최초 미드레인지 5G(5세대이동통신) 스마트폰 갤럭시A90부터 신형 갤럭시A30까지 미드레인지 제품군 내에서도 다양한 소비자 스펙트럼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IT매체 삼모바일(SamMobil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드레인지 스마트폰 갤럭시A30를 와이파이 인증 받았다. 갤럭시A30은 안드로이드10 기반 새로운 UI(사용자환경)인 원UI 2.0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미드레인지 제품군 중 최초로 안드로이드10 업데이트를 받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북미, 유럽 등에서 미국 제재로 점차 점유율 하락을 겪는 화웨이의 소비자를 끌어안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5G 시대에 접어든 중국 시장에서도 미드레인지 5G 스마트폰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5G를 탑재한 갤럭시A71, 새로운 폼팩터 갤럭시폴드 등을 중국에서 출시해 과거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으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또 삼성전자는 각 지역에 맞는 현지화를 토대로 시장 다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9으로 미드레인지 시장 겨냥

▲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 신형 및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한 애플도 미드레인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9(아이폰SE2)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폰9는 기존 아이폰8을 대처하는 보급형 모델로, 아이폰8 외형에 A13 바이오닉 칩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시작가 399달러로 시작하며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레드 등 색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 보급형 모델을 통해 추가적인 iOS 사용자 풀 확대를 노린다. 기존 iOS 사용자에 신규 사용자를 더해 애플이 강하게 추진 중인 콘텐츠 매출에 보다 힘을 실을 계획이다. 실제 애플은 11월 1일 월 4.99달러에 무제한 시청이 가능한 애플TV 플러스를 출시한 바 있다. 또 게임 구독 모델도 도입했다. 애플은 보유한 iOS 사용자 풀을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제작비만 1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간 애플은 미드레인지 시장에 직접적인 신형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기존 노후화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함으로써 가격 할인하는 정책을 써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 및 콘텐츠 사업에서 iOS 사용자 풀 확보가 중요한 포인트가 됨에 따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저렴한 아이폰 기종 판매로 수익률이 저하되더라도 매월 결제하는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만회하겠다는 복안이다.

A13 바이오닉 칩을 탑재한 아이폰9 출시 소식에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 강한 애플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독자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드레인지 시장에서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iOS 등 OS(운영체제)에서부터 양사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궁극적인 지향하는 목표 역시 상이해 서로의 시장 잠식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베스트증권 이왕진 연구원은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 판매량은 5개월 연속 1800만대 이상 판매하며 호조를 지속하는 중”이라며 “애플은 고가 판매량이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저가 판매량이 중가 판매량을 잠식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드레인지, 초연결로 가는 지름길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들이 속속 미드레인지 시장에 진출하는 장면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먼저 극단적인 투트랙 전략이다. 중국의 샤오미 등 처음부터 미드레인지 시장에 진출했던 제조사들의 경우 낮은 가격과 높은 성능을 상징하는 이른바 가성비 로드맵으로 시장 외연을 확장한 바 있다. 낮은 수익성을 감내하면서도 높은 매출을 지향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시장에 깔리는 자사 단말기 숫자를 올려왔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작을 핵심으로 삼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샤오미와 같은 미드레인지 시장 플레이어의 진격을 두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을 시작하는 한편 다양한 가격의 스마트폰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지며 사정이 달라졌다. 그런 이유로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미드레인지 시장에서는 기본적인 점유율 확장을 통해 샤오미 등 기존 강자를 견제하려는 행보가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최근 극단적인 투트랙 전략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를 출격해 하드웨어 폼팩터를 완전히 바꾸는 한편, 도래하는 5G 시대를 통해 초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A 시리즈로 통칭되는 미드레인지 라인업에도 전반적인 기능상승을 시도해 전체 시장의 수준을 올리는 로드맵을 보여주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미드레인지 시장은 말 그대로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 천하였으나 이제는 스마트폰 시장 역성장이 시작됨에 따라 미드레인지 시장 공략 필요성이 커졌고, 이 지점에서 프리미엄 제조사들은 투트랙 전략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는 스마트워치 및 히어러블(무선 이어폰 포함)의 성장에 따라 스마트폰의 기능 집중 현상이 흐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일부 고객들은 초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보다 미드레인지 스마트폰과 그에 연동되는 웨어러블 단말기를 구입해 분화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기도 한다.

미드레인지 시장이 하드웨어 단말기 확산에 큰 도움이 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샤오미의 경우 린 빈 창업주가 누차 강조했듯이 스마트폰 판매 수익이 핵심 동력은 아니다. 저가의 미드레인지 라인업으로 시장에 많은 단말기를 뿌려, 내부에 미유아이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드레인지 전략에도 이러한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드웨어 디바이스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가 최근 사물인터넷의 바람을 타고 다양한 디바이스를 묶는 초연결 인공지능 생태계로 변하는 과정에서, 저가의 미드레인지 디바이스를 다수 시장에 풀면 회사의 초연결 생태계가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