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그룹(이하 CJ)에게 있어 올해는 ‘매우 힘겨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CJ는 현재 모기업이자 CJ 전 계열사의 맏형 격인 CJ제일제당의 부진한 실적부터 시작해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의 대마 밀반입, CJ ENM의 <프로듀스> 최종투표 조작 논란 등 윤리적 문제까지 전방위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CJ는 나가는 돈을 줄여 허리를 동여매며 일련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목표한 성과들을 순조롭게 이루고 있던 CJ가 흔들리고 있다. 

큰 형님의 위기  

CJ제일제당은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의 그룹 내 존재감은 CJ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 CJ는 자사의 모태와 같은 기업인 구 제일제당의 기업명 영문표기인 ‘Cheil Jedang’에서 따온 이름이다. 올해 3분기 CJ대한통운의 실적이 배제된, 순수하게 CJ제일제당이 기록한 매출은 2조7451억원, 영업이익은 2111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25.5% 늘었고 영업이익은 약 14.3% 줄었다. 

물론 이러한 부진에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CJ제일제당의 사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공식품 생산비용 증가 등 CJ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불가항력의 악재들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러나 일련의 악재들을 만회할 수 있을 정도의 다른 긍정적 요인들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출처=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외 다른 계열사들의 부진한 실적 등 일련의 악재들로 인해 CJ그룹의 부채비율은 200%대까지 올랐고 단기차입금도 3조5000억원(9월 기준)대에 이르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지각한 CJ제일제당은 3분기 실적에 대한 의견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CJ제일제당은 재무 불안으로 인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선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일 발표한 공시에서 바이오연구소가 위치했던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유휴 부지 약10만3049㎡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매각협상의 우선협상자는 인창개발이 선정됐다. 

윤리 리스크

CJ는 수년 동안 쌓아 온 자사의 긍정적 이미지를 실추하는 사건들로도 시달린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CJ제일제당 이선호 부장은 국내에 대마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이선호 부장은 혐의를 모두 시인하고 검찰에 자수했고 재판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일련의 과정에서 CJ는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CJ의 미디어 콘텐츠 계열사 CJ ENM은 자사의 음악 채널 엠넷의 경연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경찰 조사 결과 프로그램의 메인 PD는 경연에 연습생들을 참여시킨 연예 기획사들에게서 향응을 접대 받고 최종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투표 조작에 가담한 주요 제작진들을 구속기소했고 현재 경찰은 CJ ENM의 고위급 임원들이 투표가 조작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과했는가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현 회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약 1220억원 규모의 주식(약 184만주)을 장녀인 CJ ENM 이경후 상무와 장남인 CJ제일제당 이선호 부장에게 증여를 결정했다. 이재현 회장이 주식 증여로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약 700억원대로 알려졌다. CJ측은 “증여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며, 여기에 수반하는 세금을 전부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부진과 대내외 여러 악재로 위기에 처한 이 시점에 수백억원을 들여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결정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매우 차가웠다. 

12월 임원인사 ‘칼바람’ 예고 
 
상황이 여기까지에 이르자 CJ는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카드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CJ그룹 내부에서는 고연차 혹은 고연봉 임원들의 수를 대폭 줄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CJ가 현직 임원들을 퇴직시키거나 계열사 전환 배치를 통해 임원들을 최대 50% 줄이고, 그만큼 임금을 절약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들을 곧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현재 CJ그룹과 주요 계열사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CJ의 고위직 임원들은 이번 달에 발표될 2020년 임원인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유통기업들이 올 한해 부진한 실적을 반영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처럼 CJ의 임원인사에도 올해의 여러 악재들이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