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한 휴대폰과 그렇지 않은 휴대폰이 따로 있다는 것이 증명돼 주목된다.‘MikroPC(PC월드 핀란드)’가 핀란드 기술 연구 센터에서 치른 실험 결과다. 특히 ‘아이폰 4S’는 추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유사 현상에 대해 애플코리아측은 “제품보호를 위한 정상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1모 회사 단체 산행이 있던 지난 4일 토요일. 대관령 산자령(1157m)을 눈 앞에 두고 일행 가운데 아이폰 이용자들은 황당한 경험에 어쩔줄 몰라했다. 수려한 풍광을 카메라에 담던 도중 배터리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전원이 꺼져버렸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제외한 갤럭시폰 등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아름다운 설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아이폰 사용자들은 더욱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해당지역 기온은 영하 15도 안팎이었다. 체감온도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극한의 추위였지만 아무리 날씨탓이라고 해도 갑자기 전원이 꺼지면 긴급통화는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었다.

#2스키장을 찾은 A씨. 주머니 안에 있을 때는 이상이 없던 아이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하는 도중 갑자기 전원이 꺼져버렸다. 방전됐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재부팅하니 배터리가 무려 60%나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왜 갑자기 전원이 나갔을까. 날씨 탓인가. A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폰이 유독 영하의 날씨에 약한 것은 아닐까. 갑자기 전원이 나갔다면 혹시 고장난 것은 아닐까. 스펙 탓은 아닌가. 최근 혹한이 이어지면서 영하의 날씨에 위의 사례들처럼 아이폰이 자동으로 꺼지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산악지대뿐 아니라 시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피처폰을 포함, 대부분 휴대폰이 아무 이상없이 작동하는 데도 유독 아이폰만 그러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데 있다. 특히 위에 언급한 산행 케이스의 경우, 아이폰 이용자 전부가 경험한 '전원 꺼짐' 현상을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 HTC 등의 여타 업체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전혀 이상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핀란드의 컴퓨터 전문지인 ‘MikroPC’는 ‘아이폰 4S’가 추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비교 테스트 결과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핀란드 시중 휴대폰 18개를 대상으로 한 핀란드기술연구센터 ‘기후 실험실’의 테스트는 초기 온도를 섭씨 0도로 설정한 뒤 휴대폰이 작동을 멈출 때까지 5도 단위로 온도를 낮추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아이폰 4S’가 가장 먼저 탈락했다. 섭씨 0도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5도부터 USIM 카드 오류 반응을 보이더니 -10도에서 더 못 버티고 배터리가 방전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꺼져버렸다.

실험에 따르면, 이 온도 이하에서는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모든 휴대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AMOLED 디스플레이는 LCD에 비해 더 잘 버텼고 계속해서 이상없이 작동했다. 온도가 더 낮아지자 디스플레이 외에 연결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폰 외,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섭씨 -15도 또는 -20도 이하에서 버티지 못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켜진 상태를 유지하는 제품도 실제 사용하려고 하면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의외로 피처폰들은 섭씨 -25도까지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 온도에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완전히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30도 이하까지 작동을 유지한 갤럭시S II다. 실험 결과, 이 제품은 -35도까지 정상 작동을 유지했으며, 그 지점에 이르도록 디스플레이 응답 속도 저하도 없었다. -40도까지 온도를 떨어뜨리자 어떠한 폰도 버티지 못했다.

이와 관련, ‘MikroPC’는 실험실 관계자 말을 인용, “온도가 극도로 떨어지면 휴대폰은 배터리 잔량이 없다고 인식한다”며 “이는 배터리 내부의 화학적 반응 탓”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에서 전자의 흐름이 전류를 일으키면 휴대폰은 전류를 전원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온도가 낮아질수록 반응은 느려지고, 따라서 배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전류도 작아진다는 것이다.

애플 측은 실제로 아이폰이 섭씨 0도에서 35도 사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작동 온도’)고 명시하고 있다. 보관 온도는 -20°~45°C, 상대 습도는 5~95% 비응축, 최대 작동 고도는 3000m다. 반면 삼성전자는 섭씨 -20도에서 50도까지 정상작동을 보장한다고 ‘MikroPC’는 전했다.

이와 관련,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작동 온도를 넘어서면 휴대폰이 꺼져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만약 작동이 지속될 경우 치명적인 휴대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폰의 보관 온도 등은 전세계 동일한 제품 사양으로, 가령 추운 지방에서는 케이스를 통해 이를 보호한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또 실제 제품이 쓰이는 곳의 환경에 따라 제품이 받아들이는 온도가 다를 수 있어 (전원이 자동 꺼진 지역에서의) 정확한 실측이 필요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본인 스스로도 스키장 등에서 영하 10도만 돼도 전원이 꺼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산행 도중 긴급 구난 요청이 필요할 때 전원이 꺼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환경에서는 케이스를 써야 한다”며 “(케이스 없이) 그런 (겨울 산행) 용도로 이용하면 안된다”고 언급했다.

내 스마트폰은 영하 몇 도까지 견딜까, 궁금하더라도 행여 호기심에 실험해 보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 낫다. 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고장 위험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책임이라 호소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폰이 고장날 경우, 애플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고 보증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위 사례 1, 2처럼 전원이 나간 경우, 산을 내려오거나 따뜻한 온도를 제공하면 재부팅이 가능하다. 당연히 배터리 잔량도 그대로 돌아온다.
아이폰, 겨울 산에 갈 때는 등산복과 함께 보온 케이스도 챙겨 가는게 좋겠다.

박지현 기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