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의 초가격 전략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출처= 이마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신세계는 롯데와 함께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는 이커머스 확장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11번가 인수를 두고 롯데와 신세계가 벌인 인수 경쟁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화제가 된 롯데의 티몬 인수설은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에서는 현재 경쟁구도를 감안할 때 두 기업의 이커머스 기업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신세계가 이커머스 사업의 확장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마트, 충격의 2분기

올해 2분기 신세계 이커머스 사업부문인 SSG닷컴이 속한 ㈜이마트는 사상 최초로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업계에 충격을 선사했다. 올해 2분기 이마트의 영업손실은 2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 533억원보다 832억원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266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은 오프라인 대형할인점 이마트의 수익 감소였다. 이 사업부문에서만 약 43억원의 손실이 났다. 그간 ㈜이마트의 캐시카우와도 같았던 대형마트의 부진은 추후 ㈜이마트를 넘어 신세계그룹 유통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승부수가 될 SSG닷컴의 안정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현재 SSG닷컴은 용인과 김포에 각각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001과 002의 운영하고 있고 이달 중순부터 운영될 김포 네오 003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분기 ㈜이마트가 기록한 실적 부진은 그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이커머스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세일 앤 리스백’과 약 1000억원 규모의 이마트 주식 매입 등으로 약 1조원의 현금을 마련해 당장의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달라지는 분위기

3분기에 접어들면서 이마트의 분위기는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 2일 하루 동안 그룹의 18개 계열사들을 동원한 ‘대한민국 쓱데이’ 할인 행사를 열었다. 신세계의 분석에 따르면 행사 당일의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11월 2일 대비 약 2배 늘어난 약 4000억원을 기록했다. 행사 당일 할인점(이마트) 방문 고객 수와 총매출액은 각각 지난해 대비 38%(약 156만명), 71%(약 8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계열사들보다 약 일주일 빠른 10월 28일부터 사전행사를 시작한 SSG닷컴의 방문 고객수와 매출액도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1%, 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련의 좋은 분위기는 11월 발표된 3분기 실적까지 이어졌다. 3분기 ㈜이마트는 매출 5조633억원, 영업이익 1162억원을 기록하며 일단 수치상으로는 직전 분기의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기록은 현 시점에서 SSG닷컴의 가장 중요한 성장 근간인 신세계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안정화 분위기로 볼 수 있다.

▲ (주)이마트 3분기 실적. 출처= 이마트

롯데보다는 선택지가 좁다

이커머스라는 분야로 한정해 보자면, 외형적으로는 분명히 신세계가 롯데보다 앞서 있다. 온라인 통합플랫폼의 구성도, 이커머스 전문 법인의 출범도 신세계가 롯데보다 빨랐다. 그러나 유통사업 확장을 위한 약 10조 원 이상의 지원이 예정돼있는 롯데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세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이커머스 법인 출범을 위해 정용진 부회장이 나서서 유치한 투자금이 약 1조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단순 수치면에서 이는 확실하게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신동빈 회장의 공언대로 유통사업 부문에 대한 롯데그룹차원의 투자가 이뤄진다는 전제에서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신세계의 이커머스는 지금껏 인프라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 흐름을 이어서 한동안은 매우 어렵더라도 100% 자력 혹은 추가 투자의 유치를 통해 이커머스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 SSG 네오002 센터. 출처= SSG닷컴

그럼에도 어쨌든 과거 11번가를 인수하고자 했던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신세계임을 감안하면 이커머스 전문 업체의 인수 가능성을 ‘0%’로 볼 수는 없다. 여기서부터는 말 그대로 일말의 실낱같은 가능성이자 소설과 같은 전개다. 최근 롯데와 인수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티몬은 인수의 조건을 완화해서 신세계와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 인수설이 불거진 롯데와 티몬 각각의 입장을 고려하면, 아쉬운 쪽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가 큰 단위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티몬이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쟁사인 신세계와의 새로운 ‘딜’이다.

여기에 더해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롯데와 신세계가 맞선 인수 논의가 한 차례 엎어진 11번가의 이야기가 ‘아직 완전히 끊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물론 두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안정적 운영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11번가를 보면 지난해 끝났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유통 대기업들의 완벽한 이커머스 체계 구축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면서 “그렇기에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은 이커머스 전문 기업의 인수와 플랫폼 활용 가능성은 항상 그들에게 최후의 ‘옵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