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을 막론하고 국내 보험업계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저금리 심화와 당국의 보험요율 규제로 인해 앞뒤가 꽉막힌 채 위기의 북풍한설을 견뎌내고 있다.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팔아서 연명하는 보험업계가 향후 난국을 돌파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개인들의 '노후 보루'라고 할수 있는 보험산업이 흔들리면서 노후를 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1인가구 등의 미래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보험업계는 ‘3저’ 위기에 처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자동차보험‧실손보험 등 이른바 ‘국민보험’ 손해율 탓에 보험영업 적자도 올라가고 있다.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출혈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파격적인 보장성 확대로 사업비를 늘리다보니 보험사들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위기의 한파를 맞고 있는 보험산업이 이대로 침몰할 경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노후보장의 한축인 민간 보험시장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자생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늦었지만 절실한 까닭이다. 성장 동력을 잃은 보험업계가 처한 상황을 짚어보고 그 돌파구를 조명해봤다.

▲ 출처=금융감독원

금리절벽, 자산 운용할 곳이 없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 5.25%까지 오르다 현재는 1.25%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경제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내년 중 금리를 추가 인하한다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1.00% 기준금리를 맞이하게 된다. 금리가 인하될 경우 대표적 금융기관인 은행은 순이익마진이 하락하게 되고 자산의 가치가 떨어져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반면 보험은 이자율이 떨어질 경우 부채의 민감도가 커져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와 함께 보험사도 자산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의 대부분을 국공채와 회사채 매입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투자수익률이 떨어진다. 보험사는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수익성을 판단하는 손익계산서상 실적(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연말에 낮아진 할인율로 평가할 때마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자본이 위축돼 재무상태표에서도 무게 중심을 잃고 있다. 

보험사를 비롯해 모든 기업은 부채 규모의 쏠림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보험사는 특성상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부채(미래에 지급할 보험금)가 쌓이는데 부채를 할인하는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 평가금액이 더욱 증가해 자본이 축소하게 되는 압력을 받는다.

보험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금융당국 눈치로 보험료를 마음대로 인상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보험영업적자를 축소해야 전반적인 실적이 살아나는데, 손해율과 사업비 증가로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차보험과 실손보험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손해율 상승을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시키지 말고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의견을 내는 만큼 보험사가 보험료를 계속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보험사들은 저금리의 대응 수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해외투자를 확대하자니 환헤지 리스크가 있고, 대체투자는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리스크테이킹(위험감수)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험사가 저금리 기조에서 리스크테이킹한 만큼 마진이 충분이 반영되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 자산운용, 장기 채권확보 중요… 금리하락 딜레마 ‘채권매각 강행’

보험사의 자산운용은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장기채권 확보가 중요하며 투자수익률 상승도 동반돼야 한다. 보험사들은 금리가 하락할수록 부채 평가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자산 듀레이션을 장기로 가져갈 수 있는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실질 만기가 장기 국공채를 매입하면 운용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투자에 딜레마가 발생한다.

회사채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영향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대되면서 우량채권으로 투자가 몰렸다. 이에 따라 트리플 A급 우량채권의 경우 3~5년물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1%대로 낮아졌다. 보험사의 경우 회사채의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만큼 우량채권이 나올 때마다 매입해 사전청약의 경쟁률을 높여 발행금리가 낮아지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보험사들은 우량채권을 매입해 장기간 수익률을 확보하고 있지만 운용수익률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 평균은 3.5%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줄었고, 총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13곳의 보험사가 전년 대비 투자수익률이 줄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9월 말 기준 운용수익률은 3.38%로 전년 동기 대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보험에서 사업비와 손해율 증가로 보험영업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어 순이익이 크게 줄고 있다.

투자자들은 보험사의 보험손익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손익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어 ‘저금리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상장보험사들은 분기별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보험업이 문제삼고 있는 금리 리스크가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반영이 돼 보험사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의 투자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 발생했다. 

손해보험사의 투자영업이익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측은 “투자이익은 늘었지만 고금리채권의 처분이익 증가로 이익규모가 전년 동기 보다 9000억원(14.5%)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생명보험사의 투자영업이익은 주로 주식매각차익과 채권처분이익 등으로 발생했다.

금감원은 보험시장이 과거와 같이 수입보험료 성장 중심에 경영 방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강조한다. 올 3분기 손해보험사의 평균 ROE는 7.12%로 지난해 동기 10.85% 대비 3.73%포인트 하락했고 생명보험사의 평균 ROE는 5.12%로 지난해 동기 7.44% 대비 2.32% 포인트 낮아졌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는 예상손해율을 산출해서 부과하고 금리연동형상품의 경우 최저보증이율을 주는데 현재 투자수익률이 보증수익률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보증이율이 붙은 금리연동형도 사실상 금리확정형 부채”라면서 “현 금리 수준으로 볼 때 보험계약자 계정에 있어서 마이너스 이자마진이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