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기자는 학생 시절이던 7년 전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찜질방에서 하룻밤 묵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급한 마음에 112로 신고하니 경찰관이 찜질방으로 찾아왔다. 경찰관은 다소 심드렁한 태도로 분실 신고를 위한 양식 문서를 작성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분실 신고를 접수하지만 훔친 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폰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처 CCTV 녹화 영상을 확인한다든지 휴대폰 위치를 추적하는 등 노력을 보이지 않는 점은 차치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대하는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

일부 경찰의 불성실한 민원 응대 방식은 7년 전에만 나타난 개인 일화가 아니었음을 최근에 깨달았다. 9일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 구설에 오른 김모씨 ‘분유·기저귀 사기 사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김씨는 카카오톡이나 온라인 카페 등 경로를 통해 300명 이상의 피해자들과 접촉해 억대 규모의 영·유아용품 비용을 받은 뒤 잠적했다. 1년 간 주로 어머니 고객들과 아기 용품으로 정상 거래하며 신뢰를 쌓아온 뒤 벌인 행위였다. 고객들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전화 연결한 사기 피해자 두어명의 목소리에는 김씨의 사기 행각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피해자들은 사기 피해를 입은 사실 뿐 아니라 도움받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경찰관들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경찰들은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피해를 신고하는 민원인에게 오히려 핀잔을 줬다고 한다.

부천에 사는 김씨 사기사건 피해자 박모씨는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적잖게 실망했다”며 “가해자 김씨가 사는 곳으로 알려진 울산 소재 경찰서에 전화했더니 경찰관이 ‘왜 그런데서 분유를 샀냐’고 꾸짖더라. 이렇게 민원을 남 얘기하듯 귀찮게 여기니 사기꾼이 더 판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씨 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다른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다가 비슷한 일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난데없이 수십 수백만원에 달하는 돈을 떼일 지경에 몰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경찰에 의지했다. 민원인들은 소비자원, 카드사 등을 통해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길을 찾을 수 있지만 매번 경찰을 최우선으로 떠올리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경찰이 치안 고객 만족도 조사를 도입하는 등 민원 서비스 수준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을 물론 인지하고 있다. 악성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며 업무 역량을 어쩔 수 없이 낭비하고 있는 사정도 안다. 다소 경직돼 보이지만 어떤 민원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친절하다’ ‘민원인을 오히려 혼내더라’ 라는 말이 나오는 건 경찰의 도 넘은 태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본다. 민원인이 본인의 상사거나 부모였다면 면전에 대고 “그러게 왜 분유를 그런데서 사셨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국민권익위원회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년 간 민원처리 기관을 종합 평가한 결과 경찰청은 가장 낮은 평가 척도인 ‘보통’을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중앙행정기관 42곳 가운데 각각 최우수 8곳, 우수 13곳, 보통 21곳으로 평가받았다. 경찰청은 ‘보통’에 가장 많은 기관이 몰려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다.

경찰 민원실에 A/S센터 수준의 상냥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품위와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민원인에게 “시큰둥하다”는 말은 안 듣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절대다수의 경찰명예도 확실하게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민원 감수성’ 높은 경찰관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