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2020년은 주택매매시장 뿐만 아니라 임대차 시장에서도 한 차례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해다. 당정은 2020년을 목표로 현재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에는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협의를 열고 ‘법무 대국민 법률서비스 제고 및 검찰개혁 방안’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검토한 데 이어 지난 11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홍근·정성호·표창원 의원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의 주최로 열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정책 좌담회'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 '2020 부동산 시장 전망'에 참여해주신 전문가 5인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관련제도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의 가격 인상 등 역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외에 전문가들은 일부 지방에서의 역전세난 우려가 수도권에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 주목해야 할 주택임대시장의 변화로 전문가들은 리츠와 소규모 임대시장등을 들었다.

내년 임대차 시장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되나. 도입되면 그 영향은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될 시 주거 안정 등의 순기능은 있겠지만 가격 급상승 등 임대료 불안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차인에 대한 보호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는 만큼 임차인의 주거 불안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동시에 도입될 확률이 높고 자율성과 수익률이 떨어지면 임대인이 공급을 포기해 국지적으로 도심과 같은 지역은 임대료 불안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외에도 사유재산 침해문제, 집수리 등에 소극적 입장, 지역 슬럼화와 이중계약 증가 등의 부수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보다는 임대료 보조, 임대주택 공급이 임차인 주거 안정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강승우(삼토시) 작가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할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 작가는 "해당 제도들은 주택의 입주물량이 많아 전세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주물량이 적어 집 주인이 세입자보다 우위인 상황에서는 집 주인들이 전세가격이 크게 올릴 수 있고, 세입자들은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내년 2분기부터는 서울의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만큼 내년 총선 이후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 청구권을 도입한다면 전세값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현재 전월세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의 선행지수인데 최근에는 매매가격이 먼저 상승하고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이런 와중에 정부가 특목고 폐지 등 다시 학군수요가 살아나게 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내년 도입하면 분명 전월세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계약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전환되면 전세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신규 공급이 감소하는 국면에서 이러한 계약 기준 변화는 임대차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전세가격 역시 오르는 상황에서 제도 등을 도입해 불확실성을 임대인에게 적용하면 가격은 급등하기 마련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수도권 역전세 가능성과 역전세 대처 방안은

수도권 역전세난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 5명의 전문가들 모두 회의적인 답을 내놓았다. 대신 일부 지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역전세에 대해서는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상의 대항력을 갖추고 전세보증반환상품 가입 등의 대책도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용산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는 그 이유로 수도권의 2020년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16만8745호로 2019년의 17만6737호보다 더 줄어든다는 점을 꼽았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지방에서 역전세 가능이 높은 지역의 임차인이 대비해야 할 점으로 확정일자 및 주소이전 등의 법적 대항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권설정 등기 또는 전세금반환보증상품에 가입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판 마련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강승우 작가 역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은 내년 2분기부터 입주 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서울의 전세가는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역전세난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 대해서 강 작가는 “가장 착공 물량이 많았던 2015년에 비해서는 감소하고 있으나 2011~2014년에 비해서는 많은 착공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에 비해서는 전세가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역전세난까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는 전세 가격이 최근 상승하는 만큼 역전세 가능성은 낮지만 지방의 경우 인구감소와 주택공급량 증가와 지역경제 침체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권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지방 일부지역(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역전세난이 나타나는 지역은 그 영향이 주택시장 장기침체와 더불어 지역경제 침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 교수는 "역전세난시 임차인이 대비해야 할 수단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거나 전세권 설정 등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또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60% 이상 되는 물건계약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도심지에서 가깝거나 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선택하되 대출은 상환 능력만큼 받아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형렬 연구원도 수도권에서 역전세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는 그 이유로 지방과 달리 수도권의 경우 미분양이 심하지 않고 신규 입주에 대한 부담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종의 채권 역할을 하는 전세금은 예금 금리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으며, 향후 금리가 급등하게 되면 전세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우 대표는 역전세 시기에 임차인은 가능하면 거주하던 집에 계속 거주하는 편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임대주택공급시장 변화와 관련 투자 상품은

전문가들은 내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임대주택공급 시장의 특징으로 장기임대주택과 개인 사업자가 담당하는 공공 임대 주택 등 증가 등을 꼽혔다. 관련해서 살펴볼 주요 관련 투자상품으로는 역시 리츠를 꼽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임대주택공급 시장에서 용적률 등 한시적 기한 일몰을 통해 혜택을 주고 있는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등이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 역시 수요자의 직접투자 형태를 간접투자로 인식 전환시킬 목적에서 대체투자처 발굴에 적극적일 것이다. 일례로 공모형 리츠나 펀드 상품이 증가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권대중 교수는 내년 주목해야 할 임대주택의 유형으로 장기임대주택을 들었다. 권 교수는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젊은층과 서민층의 인기가 장기임대주택으로 쏠리고 있다. 임대주택은 교통이나 직장과의 거리도 매우 중요하고 단지를 형성하면서 보증금보다는 월세가 낮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임대주택보다는 대형건설사 또는 리츠회사에서 임대하는 주택이 안전하다고 평했다. 그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하여 민간임대주택을 규모 있게 공급하고 있어 정보를 잘 살피고 발품을 팔면 매우 우수한 임대주택을 만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권대중 교수는 내년에는 리츠시장에도 눈을 돌려볼 것을 권했다. 권 교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시장도 활성화 되고 있다. 리츠는 그 동안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기업 구조조정 리츠를 제외한 자기관리리츠나 위탁관리리츠는 활성화 되지 못했지만 최근 국토부에서 리츠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 등 적극 육성책이 발표된 이후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적은 돈으로 건물 주인도 될 수 있는 등의 메리트로 그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라며 리츠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박형렬 연구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담당하던 임대주택 공급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개인 사업자의 임대 주택 전환도 크게 늘어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향후 임대주택시장에 대해 리츠와 같은 자산 유동화 방식으로의 임대를 이용하는 형태와 함께 최근 관련 법안이 통과된 에어비앤비 형태의 소규모 임대시장 등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