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정리된 시각으로 위기를 보라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입니까? 저희는 위기가 발생하면 좀더 다양한 시각으로 위기를 보려 하는데요. 그래서 여러 내외부 이야기를 듣고 의사결정 하고는 합니다. 정리된 시각이라면 특정 시각으로 생각을 모으라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맞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종종 혼동하시는 게, 여러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사고를 해서 문제에 대응하자는 조언 부분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내외부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데,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록 더욱 더 머릿속에서는 혼란이 커지는 게 문제입니다.

별별 조언이나 상황에 대한 해석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경우를 상상해 보시죠. 그 속에는 매우 창조적(?) 조언도 들어 있습니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는 조언도 있습니다. 극단적이거나 폭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에 ‘가만히 있으라’는 조언까지 혼란을 더 합니다.

내부적으로 정리된 시각과 기준 없이는 태풍속에서 흔들리는 조각배 신세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외부 조언을 듣더라도 자기 조직의 정리된 시각과 기준을 가지고 질문해야 합니다. 위기 시 흔히 외부 조언자들에게 이렇게 물으며 의견을 청합니다. “저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은 십 중 팔구는 실패하는 질문입니다. 조직에 아무 정리된 시각과 기준이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성공적 조직은 이렇게 물으며 의견을 요청합니다. “저희는 현 상황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희가 이런 방향으로 가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희가 이렇게 간다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정리된 시각과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직진, 좌회전, 우회전 이 중 우리는 좌회전 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 가와 같은 질문이 성공적인 질문입니다. 보다 정리된 시각과 기준이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를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전 임직원이 같은 위기관을 공유해야 그 다음 개선과 재발방지가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제대로 된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까지 제 각각 위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위기에 대한 조직 내 생각이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조직에서 대표이사는 지난 위기를 ‘음모론에 의한 피해’라 정의합니다. 임원들은 “사실 그것은 내부 정치적 갈등 때문에 발아된 것”이라는 조작적 정의를 합니다. 팀장급들은 “임원들이 무능해서 발생된 예상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일선 직원들은 “회사가 엉터리라서 발생한 위기”라는 단순한 정의를 합니다. 제3자가 들어도 지난 위기가 어떤 정의를 지니는지 헷갈립니다.

위기관리가 지난 시점에서도 가능한 정확한 위기관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모두에게 이번 위기는 어떤 것이었다는 공통된 정의와 문제 해결 의지가 있어야 사후 위기관리는 가능합니다. 흔히 위기관리는 위기 발생 이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위기관리는 사후 개선과 재발방지책이 모두 완전하게 시행된 다음에 종료되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의 핵심은 정리된 시각을 견지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원칙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