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말 경에 시골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 후 인사하며 파하는데, 서로들 아무렇지도 않게

“새해에 봐요”란 인사를 합니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퍼뜩 벌써 세밑, 새해가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걸린 카렌다는 이미 12월 한 장만 달랑 남은 지 며칠이 되었어도

그걸 생각하지 않았음일까요? 아님 가로수에 아직도 많은 잎이 달려있고,

길가에는 많은 낙엽이 채여 덜 실감했을까요?

어두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속버스에 흔들리며 올라오는 길에

세월의 흐름을 저절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이 2020년.

새 천년이 열린다고 제법 열광했던지 벌써 20년.

개인적으로는 20세기에 40여년을 ,

21세기에도 벌써 20년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감상적이 되었습니다.

문득 옛날 우리 영화 ‘친구’의 대사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많이 묵었다’

고속버스에서 내리니 찬바람이 훅 불어왔습니다.

살짝 감상적이 되려했는데 마치 정신 차리라고 하는 듯 했습니다.

아침 신문에서 서평을 보면서도 정신 차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최근 전집 발간이 되어 언론에 다시 등장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고대사 연구자였던 최태영(1900-2005) 선생입니다.

100세 때도, 102세 때도 관련 책을 계속 냈는데,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100세 때 낸 책의 서문에 있는 구절이었습니다.

“특별한 내용이 어떤 책 어디쯤 들어있는지 청장년기에 읽은 책이라면 기억한다.

사실 요즈음 보는 책은 읽을 때뿐이고..“

그러며 젊은이들에게 책 읽는 것을 권했는데,

그때 젊은이는 장년을 포함한 100세 미만 모두를 포함했을 것 같습니다.

삶의 목표가 그를 그 나이까지 추동했으리라 생각하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앞으로 후배 만나면 지금 많이 읽고, 경험하라고 충고하지 말고,

내가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쌀쌀해진 날씨라 그럴까요?

정신 차릴 일이 많아지는 세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