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 회복이냐 더블딥이냐. 출처=Imagetoday

[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현재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의 경기 급락에 대한 조정 국면에 위치하면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경기가 반등할지 악화할지는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경기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을 저점으로 완만하게 상승 중이나 아직은 경기 회복의 뚜렷한 신호가 포착되지 않고 있어 현재의 완만한 상승 추세가 본격적인 회복인지, 기술적 반등인지는 식별하기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경기를 전망한 보고서 ‘4분기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경기 바닥론 속 더블딥 가능성 상존’을 발표하고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중국과 인도 리스크와 수출 경기의 향방, 재정정책의 실효성과 민간 부문의 반응, 투자 회복 여부라고 지적했다.

▲ 국내 분기별 경제성장률과 경기동행-선행 지수순환변동치. 출처=한국은행, 통계청, 현대경제연구원

소비·설비투자 여전히 ‘불안’, 건설수주·중국수출 개선 '긍정적'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핵심 지표인 내구재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은 긍정적이나, 10월 들어 선행지표인 소비재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소비 회복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월 중 소매판매는 내구재 증가세가 약화를 비내구재 증가세가 상쇄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3%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4분기 들어 소비 선행지표인 소비재 수입액과 수입물량이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면서 소비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성하다고 판단했다.

설비투자의경우도 3분기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10월에 들어 다시 침체되는 가운데 선행지표들의 방향성은 서로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회복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10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4.8%, 전월대비 -0.8%로 침체 국면을 지속 중이다. 건설투자는 10월 중 동행지표(건설기성)상으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10월 중 건설수주액(선행지표)은 공공 부문이 부진하였으나 민간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년 동월 대비 3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은 단가 하락 요인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2018년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물량 요인보다 단가 하락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대부분 수출시장에서 감소세를 지속 중이나 중국 수출의 감소폭이 지난 9월을 저점으로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 월별 수출 증가율과 주요 시장별 수출 증가율. 출처=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 현대경제연구원

공공일자리와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확대로 고용시장 지표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력산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 감소세가 지속되는 점은 불안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10월 중 전연령층과 청년층에서 실업률 및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이 전년동월대비 크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10월 신규취업자수(취업자수 증감)는 제조업(8만 1000명) 및 건설업(5만 1000명)에서 감소했으나 서비스업(숙박 및 음식점업 11만 2000명,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 15만 1000명 등)에서 크게 늘어 40만 명을 상회했다.

원자재 수입 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수준이나, 11월에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폭 플러스로 전환됐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심리는 소폭 개선되는 모습이기는 하나, 중장기 추세로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첫 달인 10월 들어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이 감소하는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마저 둔화되면서 전 산업 생산은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생산이 침체를 지속하는 가운데, 10월 들어 평균가동률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출하 감소, 높은 재고 증가율 수준을 지속하는 전형적인 불황의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내 민간 부문은 활력이 취약하나 공공 서비스업의 호조로 전체 서비스업 생산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엔 10월 중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전체 건설수주는 건축과 토목 부문 모두 민간 발주가 크게 증가하는 이례적인 수요 확대로 전년 동월 대비 33.3%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 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최근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률 추이. 출처=IMF, Central Statistics Office(인도), 국가통계국(인도), 현대경제연구원

핵심 리스크, ‘친디아 리스크·재정정책의 실효성·기업 투자 회복 여부’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동안의 장기 침체로 경기 반등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경기 하방 리스크들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더블딥(경제가 불황으로부터 벗어나 짧은 기간 성장한 뒤 얼마 지나지 않고 다시 불황에 빠지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만약 친디아(China+India) 리스크로 2020년 세계 성장의 축인 개도국 및 신흥국이 예상 밖으로 성장세가 미약하다면 우리 수출 경기의 회복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도국·신흥국 경제의 핵심인 중국과 인도의 불확실성으로 국내 수출 경기의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재정정책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불안 요인으로 지적했다. 내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의 미스매칭으로 경기 진작에 실효성을 가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진단이다. 2020년 정부 예산(안)은 513.5조 원으로 GDP 대비 25% 내외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재정 지출의 방향성에서 비록 SOC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성장보다는 복지 중심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과연 재정이 경기 진작에 실효성을 가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년여 동안의 투자 침체 탈출이 선행돼야 하지만 현재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없다는 것이다.

▲ 과거 더블딥 전후 동행지수순환변동치와 최근 동행지수순환변동치의 추이와 전망. 출처=통계청, 한국은행, 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한국 경제는 지난 2013년 1분기에서 2015년 2분기까지의 2년 반 동안의 비교적 장기간 더블딥(double-dip)을 경험한 바 있다”면서 “최근 2019년 2분기를 기점으로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와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경기 바닥론(향후 경기 회복 국면으로의 전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친디아 리스크와 수출 경기의 향방, 재정정책의 실효성과 민간 부문의 반응, 투자 회복 여부 등에서 하방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과거와 같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