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우리나라 총 수출의 18%(올해 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향후 위기감과 성장 기대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 개선과 중국의 추격 등 여러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체질 변화를 시도 중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최악의 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가 특히 감소 폭이 컸다.

7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총 1113억 달러로 전년 동기(1305억 달러) 대비 12.4%, 전분기 대비 14.7% 급락했다. 이는 올해 1분기 12.4%, 2분기 15.3%에 이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IHS마킷은 이러한 대규모 하락의 원인에 대해 현재 수요 회복기를 맞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촉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34.4% 감소한 데 반해, 아날로그 반도체는 6.6% 감소에 그쳤다. 즉 전체적인 반도체 업황 악화를 메모리 반도체가 가져왔다는 것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 회복, 가격 회복 등 긍정적인 요인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반도체 시장은 올해 4분기에도 혹한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IHS마킷은 4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황 악화를 주도한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전체 반도체 매출 대비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론 엘랑거 IHS마킷 선임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잠식해왔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클라우드와 서버 기업의 수요 부진뿐만 아니라 재고 과잉으로 위축됐다"라며 "다만 3분기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2분기 대비 증가해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상황이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분석했다.

낸드 19%↑·D램 12%↑…내년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증가

▲ 2020년 반도체 출하량 전망. 출처=IC인사이츠

메모리 반도체 향후 전망은 비교적 나아지고 있다. 올해 3분기 감소 폭이 둔화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출하량이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낸드플래시와 D램은 증가율이 각각 19%, 12%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분류한 주요 제품군의 내년 출하 전망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낸드플래시는 올해 27% 감소한 뒤, 내년 19% 늘어난다. 또 올해 37% 감소한 D램은 내년 12% 성장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다.

IC인사이츠는 "내년 낸드플래시는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고밀도·고성능화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5G, 인공지능, 딥러닝, 가상현실 등의 모멘텀이 증가함에 따라 낸드플래시 및 D램의 높은 성장이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을 맞은 만큼, 쇼크를 맞이한 올해 큰 폭으로 실적 감소를 겪었다. 하지만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높은 성장이 예고돼 실적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감소분을 하회하는 증가율 때문에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삼성전자·SK하이닉스 '복병'

▲ 중국 국기. 출처=픽사베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까지 높이겠다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세금 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 반도체 제조사에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또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자국 ICT 제조사들이 수익성 악화와 중간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국산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와 후발 주자인 중국 제조사들 간의 격차가 대략 3~5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자국 제조사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비교적 제품 신뢰성이 떨어지더라도 막대한 보조금 혜택으로 원가 경쟁력을 최우선 순위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이 중국 ICT 기업이라는 점도 잠재적인 리스크다. 실제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 중 하나가 화웨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의존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다수의 중국 ICT 기업이 주요 고객사다.

때문에 중국이 '중국제조 2025'로 반도체 자급률을 높일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 5G·AI·IoT 급부상 등 대내외적인 변화 속에서도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기 위해 반도체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높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