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퀄컴이 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테크서밋을 열어 5G 기반 확장현실(XR)을 지원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XR2 플랫폼을 전격 공개했다. 확장현실 시장에서 압도적인 칩 점유율을 가진 퀄컴이 5G 시대를 맞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가상현실 및 확장(혼합)현실이 5G 시대의 킬러 콘텐츠 및 플랫폼 서비스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퀄컴의 생태계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XR2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퀄컴의 XR2는?

XR2의 기능은 전작과 비교해 크게 발전했다. 기존 프리미엄급 XR 플랫폼(퀄컴 스냅드래곤 835 모바일 XR 플랫폼)과 비교해 2배 향상된 CPU 및 GPU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4배 넓어진 동영상 대역폭, 6배 선명해진 해상도 및 11배 발전된 인공지능 기능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로 7개의 카메라를 동시에 지원하고 전용 컴퓨터 비전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휴고 수와트(Hugo Swart) 퀄컴 확장현실(XR) 부문 총괄 겸 부사장은 “XR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차세대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스냅드래곤 820부터 오랫동안 XR에 투자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무선 XR 헤드셋을 만들었다”면서 “XR 뷰어(XR Viewer)는 물론 PC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한없는 XR (Boundless XR) 헤드셋도 공개한 바 있으며 이는 조만간 상용 기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5G와 만난 기술력도 존재한다. 5G를 위한 Boundless XR 헤드셋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드레아 호건(Andrea Hogan) 퀄컴 파트너 마케팅 전무는 XR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퀄컴의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제조사,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공급자, 부품 및 기술, 이통사 등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통해 XR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SK텔레콤 및 KT, LG유플러스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호건 전무는 발표 당시 한국의 통신3사를 명확하게 지목하며 “대단히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퀄컴의 XR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플레이어들도 무대에 올랐다. 티모니 웨스트(Timoni West) 유니티(Unity) XR 랩스 디렉터는 XR 시대를 맞아 유니티의 다양한 전략이 가동되고 있으며 퀄컴과의 협력이 핵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데비 데이(Debbie Day) 미첼 인터내셔널(Mitchell International) 총괄부사장(EVP) 겸 차량 파손 부문 총괄은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XR이 어떤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퀄컴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차량 사고 현장에서 XR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며 XR과 엔터프라이즈의 결합이 보여주는 시너지에 집중하기도 했다. 라파엘라 카메라(Raffaella Camera) 액센츄어 XR 이노베이션 및 마케팅 전략 총괄도 자사의 XR 전략과 퀄컴 역할론을 강조했다.

야마다 야스히사 (Yasuhisa Yamada), KDDI 부총괄(Deputy GM)과 테리 슈를러(Terry Schussler) 도이치텔레콤 공간 컴퓨팅 전무는 XR 시대를 맞아 퀄컴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탈통신 전략을 추구하는 통신사의 입장에서 엔리얼과의 동맹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필 케스린(Phil Keslin) 나이언틱(Niantic)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퀄컴과 함께 AR 글라스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5G를 지원하는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이콥 로웬스타인(Jacob Loewenstein) 스페이셜(Spatial) 사업개발 및 전략 부사장은 서밋 현장에서 3명의 인물이 홀로그램을 통해 회의를 하는 장면을 연출,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 미첼 인터내셔널(Mitchell International)의 스마트 글래스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5G, 플랫폼, 인공지능 및 LBS

퀄컴은 오랫동안 XR에 투자를 진행했으며, 이와 관련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 발표된 XR2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5G와 XR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제이콥 로웬스타인 스페이셜 부사장이 연출한 홀로그램 회의는,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5G 인프라가 없다면 현실이 될 수 없다.

5G를 바탕으로 XR의 미래를 그리는 가운데, 퀄컴은 다양한 파트너들과 힘을 모아 XR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도 숨기지 않고 있다. 즉, XR을 미래 컴퓨팅 플랫폼으로 삼아 일종의 주력 생태계로 전환시키려는 로드맵이다. XR2를 기점으로 다양한 파트너들과 힘을 합쳐 XR 자체 생태계를 키우고, 이 자체를 미래 컴퓨팅 파워로 수렴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이를 두고 외신들이 ‘컴퓨팅의 미래’라고 극찬한 장면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의 조작 인터페이스가 XR의 인터페이스로 대체되는 순간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대격변이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및 LBS에 기반한 다양한 생태계 전략이 퀄컴 XR 생태계 확산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한편 퀄컴의 XR 생태계가 커지며 엔리얼 등 중저가 스마트 글래스 제조업체와 만나는 통신사들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미 LG유플러스가 엔리얼의 손을 잡은 상태에서 KDDI와 도이치텔레콤도 엔리얼과 공동전선을 꾸리는 분위기다. 스냅드래곤이 들어가는 엔리얼의 제조 인프라에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는 통신사들의 인프라를 녹여내는 방식이다. 이는 추후 XR 생태계가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 것인지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