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라 명동 롯데 영플라자점 전경. 출처=세포라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지난 10월 한국에 첫 진출한 가운데 지난 3일 명동 롯데 영플라자에 2호점을 오픈했다. 삼성동에 1호점을 오픈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명동에 2호점을 연 것이다. 이는 세포라가 K-뷰티의 중심지인 명동을 활용해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까지 주 타깃 층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세포라 2호점의 분위기는 파라나스몰 1호점 오픈 당시 600여명의 대기 줄을 서던 북적북적한 상황과는 사뭇 달랐다. 1호점은 오픈 이후 1주일이 지나도 제품을 테스터조차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너무 몰릴 정도였다. 또한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기위해서는 번호표를 받고 3시간은 기본으로 대기하던 것과 달리 명동점의 ‘플래시 메이크 오버 서비스’는 대기 없이 서비스를 바로 받을 수 있었다.

▲ 세포라 명동 2호점에 사람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그러나 1호점과 달리 2호점에도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외국인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날 매장에 구경하던 손님들 중 외국인 비중이 얼핏 봐도 절반 이상은 넘어갔다. 대부분 중국인이 대다수였고 일본인, 히잡을 한 아랍인까지 다양했다. 매장에는 보통 6~7명 정도의 BA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모두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 고른 제품들을 계산하기위해 계산대에 갔을 때 캐셔에 있는 직원들은 중국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

세포라 매장을 구경 중이던 중국인 리월(여·22) 씨는 “한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한국 화장품이 입점해있어 그 점이 가장 좋았고,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글로벌 브랜드도 있어 괜히 반가웠다”면서 “명동에는 쇼핑과 화장품 때문에 매번 한국에 방문할 때 마다 오는데 더 들릴 곳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 세포라 2호점에도 뷰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 어느 한 고객이 뷰티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TRUE 세포라 뷰티 어드바이저(BA)는 “아직 오픈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명동점에 외국인 비중이 많다”면서 “명동점 BA들은 오픈 전에 기본적인 교육과 실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호점과는 달리 치열하지 않은 뷰티서비스에 대해 “아직 1호점을 방문하지 않고 2호점이 처음인 고객들은 뷰티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체험 서비스 공간도 한 공간이고, 조명도 밝지 않아 서비스하기 불편한 부분이라 이 부분은 건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포라가 2호점 지역으로 명동을 선택한 것은 로드샵 브랜드부터 백화점과 면세점 등 프리리엄 고급 브랜드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가진 상권이기 때문이다. 명동은 본래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였다. 또한 뷰티 로드샵의 전성기를 이끌어왔을 뿐 아니라 주요 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밀집해 있어, 한국 뷰티 시장에서 명동이 가지는 상징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진열되어 있는 색조 제품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주변 상권과의 경쟁도 눈여겨 볼만하다. 삼성동 1호점 주위에는 큰 경쟁 상대가 국내 H&B스토어정도였다. 코엑스몰 지하 1층에는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부츠 등 국내 대표 H&B스토어는 물론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입점해있다. 국내 뷰티 편집숍은 모두 모여 있는 셈이다. 당시 시코르 코엑스 스타필드점과 세포라가 상륙한 파르나스몰점의 거리는 직선거리 기준 약 280m 정도였다.

삼성동 1호점 주위에는 국내 H&B스토어를 상대로 생소한 브랜드로 차별화해 주변 상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명동은 서울에서 뷰티 격전지로 일컬어지는 지역으로 로드숍부터 중저가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모두 경쟁상대로 여겨야하는 세포라에게 명동은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세포라가 꺾어야 할 가장 큰 상대는 당연 ‘시코르’다. 특히 명동 뷰티 경쟁에서 세포라와 국내 H&B스토어는 제품의 가격부터 크게 차이가 난다. 이에 세포라의 상대는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시코르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세포라 명동점과 시코르 명동점과의 거리도 멀지 않다. 롯데 영플라자에서 지하차도만 걸어서 넘어오면 가까이에 위치해있다. 직선거리로는 300미터 정도였다. 거리가 가까운 데다 타깃 고객층과 프리미엄 화장품 콘셉트가 같다는 점에서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시코르 명동점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세포라는 중국인 고객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롯데백화점과의 파트너십으로 명동 상권 주 타깃을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세포라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디올, 랑콤, 에스티로더와 겐조키 등으로 중국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한 롯데백화점 뷰티 편집샵 ‘LACO(라코)’도 같은 층에 입점해있어 롯데 영플라자가 다양한 뷰티 브랜드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넓은 선택권을 제공하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세포라 관계자는 “세포라만이 선보일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경험으로 외국인 관광객부터 뷰티 쇼핑을 즐기는 2030 고객과 젊은 직장인 등의 타깃 고객 모두에게 보다 확장된 뷰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면서 “세포라의 명동 롯데 영플라자점 오픈으로 명동 지역이 한국 뷰티 트렌드를 글로벌 시장에 전파할 수 있는 중심지로 다시금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국내에는 세포라에만 입점되어 있는 색조 브랜드 타르트.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뷰티업계 관계자는 “삼성동과 달리 명동은 그 안에서도 서로 경쟁이 심한 지역이다”면서 “어디든 오픈 초기에는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기에 세포라의 입지는 어느 정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라는 명동 롯데 영플라자점에 이어 내년 1월 오픈하는 3호점 신촌 현대 유플렉스점, 2월 잠실 롯데월드 4호점을 포함해 총 6개 매장, 2022년까지 14개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