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코웬의 기업을 위한 변론> 타일러 코웬 지음, 문직섭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자본주의가 만개한 미국에서도 반기업주의가 확산되는 모양이다. 3년전 갤럽조사에서 기업을 ‘매우 신뢰한다’는 6%, ‘꽤 신뢰한다’는 12%에 그쳤다. 같은 시기 하버드대 조사에서 청년층은 자본주의에 부정적(51%)이었다. 사회주의를 대안(33%)으로 꼽기도 했다.

반(反)기업주의는 이런 내용이다. ‘대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소비자로부터 폭리를 취한다. 구글 같은 거대 기술기업은 악마 같은 존재다. 윤리적 행동보다 이익을 더 중시한다. CEO는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받는다.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직원들에게 회사는 전쟁터 같은 곳이다’.

저자에 따르면, 반기업정서는 사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버니 샌더스 같은 급진적 좌파 정치인들의 인기영합적 선동의 영향이기도 하다. 물론 기업의 잘잘못을 따져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도한 비난과 혐오를 쏟아내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도 있다. 실제로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여 한국 국회에서 남발되던 기업 규제는 결국 투자와 인재의 해외유출과 경제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이 지금보다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은 우리의 일자리를 만든다. 세금을 내어 사회발전과 국가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최고의 상품·서비스를 최저의 가격으로 제공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기업이야말로 인류 문명 발전의 최전선에 서있다. 더구나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직장으로서의 가치=금전적 이유 뿐 아니라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통해 보다 더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직장이 없을 경우를 따져보라. 비자발적 실업은 이혼이나 별거보다 개인의 행복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CEO 연봉=CEO 연봉은 기업의 시장 가치에 맞춰 움직인다. 1980~2003년 미국의 CEO 연봉은 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시가총액도 약 6배 늘었다.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CEO 연봉도 줄었다.

◇대기업 독점=시장의 집중현상은 다소 심화됐다. 하지만,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자들은 그 어떤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권을 누린다. 독점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월마트, 아마존, 구글 등은 가격인하와 품질향상에 초점을 맞추며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것이 싫다면, 소비자들은 다른 곳에서 쉽게 대체재를 구할 수 있다.

◇대기업은 탐욕적인가=대기업은 브랜드의 신뢰도가 최고의 가치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생존한다. 맥도날드나 월마트보다 근처에 있는 TV 수리공이나 동네 의사에게 속임을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택스 갭(tax gap)은 기한 내 납부해야 할 세금과 실제 납부된 세금의 차이를 말한다. 2008~2010년 미국의 택스 갭은 개인소득세 부문이 연 평균 2640억달러, 법인소득세 부문이 연평균 410억달러였다. 기업보다는 개인이 세금에 관한 속임수를 6배 이상 더 많이 쓴 셈이다.